“경복궁 훼손해 박람회 개최… 일제 4년간 치밀한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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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가 경복궁을 본격적으로 훼손한 조선물산공진회(朝鮮物産共進會)를 핵심 사업으로 치밀하게 추진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문서가 공개됐다.
조선 사람들이 경복궁 훼손에 반발할 것을 우려해 사전 정리 차원에서 조선물산공진회 개최 명목을 내세웠다는 것이다.
심 씨는 "조선총독부 경복궁에서 개최한 여러 박람회 중 조선물산공진회, 조선박람회가 가장 큰 규모였다"며 "일제의 경복궁 훼손 의도는 추후 태평양전쟁 침략 야욕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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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일간 150만 명 방문할 정도… 독립운동가 조경한 선생의 외손자
공진회 촉탁장-홍보엽서 등 공개
촉탁장은 1915년 5월 25일 당시 이규환 조선물산공진회 강원도협찬회장(도지사)이 일본인 청수수일을 도협찬회 평의원으로 임명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대규모 박람회인 조선물산공진회는 1915년 9월 11일부터 10월 31일까지 경복궁에서 개최됐다.
일제는 조선의 외교권을 박탈한 1905년 을사늑약부터 경복궁을 망가뜨리기 시작해 조선물산공진회에 이어 1935년 대한제국 병탄 25주년 박람회까지 각종 박람회를 6차례 경복궁에서 열었다. 일제가 조선의 역사가 가장 잘 담겨 있는 경복궁을 허물어 식민통치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조선의 독립 의지를 꺾기 위한 것이었다.
조선총독부의 조선물산공진회 개최는 경술국치 5주년을 맞아 식민 통치를 정당화하고 정착시키려는 의도가 담겼다. 특히 조선물산공진회는 경복궁 훼손을 처음 본격화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일제는 조선물산공진회 개최 명목으로 경복궁을 훼손한 뒤 조선총독부 청사를 건립했다.
조선물산공진회 개최 계획은 1913년부터 세워졌고 협찬회 발족 등으로 본격화됐다. 촉탁장에 적힌 협찬회 평의원은 조선물산공진회 단체 관람을 주선하고 일본인의 조선 관광을 알선하는 일 등을 하는 명예 대외협력관 역할을 했다.
조선물산공진회 농업부에서는 우수한 쌀, 인삼, 양잠 등이 전시됐다. 산림부에서는 송이버섯 등이, 광업부에서는 고려청자, 조선백자 등이 전시됐다. 특히 일본인의 시선이 집중된 것은 수산부에서 전시한 독도 강치였다. 강치의 가죽, 고기는 일본 왕실의 진상품으로 알려졌다. 일본인들에게 큰 인기를 끌던 강치는 남획돼 독도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역사학자들은 일제가 조선물산공진회 개최 3∼4년 전부터 치밀하게 기초조사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조선 사람들이 경복궁 훼손에 반발할 것을 우려해 사전 정리 차원에서 조선물산공진회 개최 명목을 내세웠다는 것이다.
역사학자 A 씨는 “조선물산공진회 개최 50일 동안 약 150만 명이 방문했는데 당시 한성부(서울) 인구가 20만 명인 것을 고려하면 조선총독부가 전력을 다한 역점 사업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촉탁장은 일제가 조선 방방곡곡은 물론 일본 지자체, 회사 등에 조선물산공진회를 홍보하며 관람 독려에 모든 노력을 다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심 씨는 일제가 발행한 조선박람회 홍보엽서 3점도 공개했다. 조선박람회는 1929년 9월 12일부터 10월 31일까지 경복궁에서 열렸다. 조선총독부는 조선박람회를 식민통치를 홍보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엽서 3점 중 1점인 1929년 1월 1일 연하장 엽서는 중앙에 경복궁, 경회루가 보이고 그 앞에 서 있는 선전탑 위에 일장기가 펄럭이고 있다.
심 씨는 “조선총독부 경복궁에서 개최한 여러 박람회 중 조선물산공진회, 조선박람회가 가장 큰 규모였다”며 “일제의 경복궁 훼손 의도는 추후 태평양전쟁 침략 야욕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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