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 숲속서 열린 시상식…내로라하는 작가 북적인 아동문학축제
- 배익천 아동문학가 등 주축 돼
- 수십 년에 걸쳐 조성한 ‘동동숲’
- 이곳 아동문학관서 열린 시상식
- 올 수상자 차영미·윤미경 문학가
- 동료작가가 만든 화관쓰는 ‘영예’
- 귀여운 화동이 꽃다발 전달하고
- 수상작 노래로 만들어 부르기도
- 경품추첨 후 함께 밥먹고 숲 산책
- 시상식 이름 빌린 아름다운 축제
아름다운 시상식으로 소문난 ‘열린아동문학상 시상식’이 경남 고성군 대가면 연지리의 아름다운 숲 ‘동시동화나무의 숲’에서 열렸다.
이 시상식은 올해 제14회째인데, 코로나 팬데믹 등의 영향을 받아 지난 몇 년은 규모를 줄여 작게 열어야 했다. 우리나라 곳곳에서 활동하는 아동문학인, 역대 수상자, 친지, 고성군 관계자, 대가면 주민, 예술계 손님이 한자리에 모여 1박 2일로 큰 잔치를 펼치기는 오랜만이다. 주최 측은 “4, 5년 만에 이렇게 제대로 시상식을 열게 됐다. 역대 수상자도 절반 넘게 와주셨고, 아동문학인도 많이들 참여해 주셔서 참 고맙다”고 전했다. 현장에서 참가한 인원을 꼽아보니 250여 명은 온 듯했다.
경남 고성군 대가면 동시동화나무의 숲이 한국 아동문학의 명소이자 또 하나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는 이날 이 자리에서도 수긍할 수 있었다.
▮‘동동숲’의 기적
열린아동문학상 시상식을 아름답다고 말하는 이유를 알려면 동시동화나무의 숲 역사와 사연을 간략히 짚을 필요가 있다. 1974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한국 아동문학계 ‘어른’ 배익천 아동문학가와 부산 광안리에서 방파제횟집을 경영하는 감로 홍종관, 예원 박미숙 부부가 주축이 돼 지난 수십 년에 걸쳐 ‘동동숲’을 조성했다. 그 과정은 우공이산(우공이라는 노인이 한 삽 한 삽 파서 큰 산을 옮기다) 고사와 딱 맞다. 한 땀 한 땀 수십 년 가꿨다.
숲속 작은 터에서 시작해 3만3000㎡(1만 평)에 이르렀다가 지금은 8만6000㎡(2만6000평)으로 넓어진 동동숲에는 이제 떼죽나무 마삭줄 메타세쿼이아 편백 수국 산벚나무 같은 풀나무가 자라고 샘이 여러 군데 있으며 계간지 ‘열린아동문학’과 인연을 맺거나 한국 아동문학 발전에 이바지한 예술인 이름을 담은 나무도 270여 그루 자란다. 동시인·동화작가·아동문학가 이름과 작품명을 새긴 돌도 해마다 늘어난다. 예술가 한 사람 한 사람을 품는 공간이 동동숲이다.
오두막 한 채로 시작해 긴 세월에 걸쳐 문학공간과 숙박·창작을 할 수 있는 곳이 생겼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공룡을 중요한 문화·관광 자원으로 여기는 경남 고성군의 협력이 더해져 동동숲은 명소가 되어간다.
▮초여름 숲속 아동문학 큰 잔치
지난 1일 오후 2시. 동동숲 속 열린아동문학관에서 제14회 열린아동문학상이 시작했다. 이 시상식은 두 시간 동안 이어진다. 한국 아동문학계에서 우뚝한 낯익은 얼굴, 귀익은 이름이 많았다. 송재찬 열린아동문학상 운영위원장부터 소중애 이규희 박선미 편집위원, 아동문학계 노벨문학상으로 꼽히는 안데르센상 올해 최종 후보에 올랐던 이금이 작가를 비롯해 신현득 임정진 이선자 정진아 박상재 공재동 백영현 김재원 한정기 아동문학인 등 서울 강원 광주 울산 부산 등지에서 달려왔다.
올해 수상자는 동시 부문 차영미 동시인(수상작품 ‘너머’), 동화 부문 윤미경 동화작가(수상작품 ‘사거리반점 을숙 씨’)이다. 시상식이 시작되자 두 수상자에게 주최 측은 꽃으로 만든 화관을 씌워주었다. 진행을 맡은 배익천 작가는 “오래도록 소중애 동화작가께서 화관을 만들어주셨고 올해는 부산의 동시인 이둘자 씨께서 제작을 맡아주셨다. 수상자는 오늘 하루 화관을 쓰고 계셔야 한다”고 말했다. 시상식은 수상자가 돋보여야 한다. 화관만큼 그 일을 잘 해낼 소품은 없어 보였다.
고성에 사는 고예지 어린이가 화동이 되어 꽃다발을 수상자에게 전한 뒤 상품 목록이 발표됐다. “예원 박미숙 선생이 그린 부채, 고성 농민이 직접 농사지은 생명환경쌀 한 가마니, 이불회사 좋은 느낌의 고급 이불, 국제생활공예연합회에서 만든 기념품, 이남주 김경호 선생의 붓글씨와 문인화….” 이와 함께 고성군 주민이 가꾼 햇마늘, 양파, 파프리카, 어간장 등이 준비됐다.
▮가족이 수상작품을 낭독하다
고승하 전 한국민예총 이사장은 수상작품을 노래로 만들었고 베이스바리톤 황동남 씨와 김좋은 나고은 박세은 박소영 어린이가 그 노래를 불렀다. 이어 열린아동문학상의 인상 깊은 전통을 보여주는 순서가 있었다. 수상자 가족이 수상작품을 낭독했다. 차영미 수상자의 아들은 동시 ‘너머’를, 윤미경 수상자의 딸은 ‘사거리집 을숙 씨’를 낭독했다.
이 순서는 열린아동문학상 시상식을 돋보이게 했다. 문학을 하는 일이란 절대 쉽지 않아서 문학가인 부모가 작품에 골몰할 때 자녀나 가족은 이해가 잘 안될 수도 있음을 주최 측은 깊이 이해하는 듯했다. 수상자를 축하하는 데 ‘레이저처럼’ 집중하는 이 시상식에서 딸과 아들이 부모가 쓴 작품을 수많은 사람 앞에서 읽는 시간은 가족 구성원 사이의 이해·애정·자부심이 무르익게 하는 계기로 다가왔다.
▮“참으로 귀한 자리”
주최 측이 협찬받은 푸짐한 경품 추첨(사실상 거의 모든 참가자가 경품을 받았다)이 이어진 뒤 두 시간에 걸친 시상식이 끝났다. 참가자들은 함께 밥을 먹으며 담소를 나누고 동동숲을 산책했다. 임정진 동화작가는 “참으로 귀한 자리다. 이렇게 정성스럽고 아름다운 시상식이 고성에서 해마다 열려 아동문학인으로서 고맙고 기쁘다”고 말했다.
백수명 경상남도 도의원은 “동시동화나무의 숲을 아끼는 분이 고성에는 많다. 동동숲으로 들어오는 길을 새로 냈고 행정 차원에서 지원할 사항이 없는지 살피고 있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사단법인 동시동화나무의 숲 홍종관 이사장과 배익천 동화작가는 “도움에 깊이 감사드린다. 최근 작가가 머물 수 있는 나무집(트리하우스)을 만들었고 샘도 하나 더 새로 마련했다. 동동숲이 잘 돌아가도록 더욱 애쓰겠다”고 말했다. 모두 ‘손뼉’으로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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