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니뇨 가고 라니냐 온다… 한파-가뭄 몰고 와 밥상 물가 위협
올해 8∼10월 라니냐 가능성 80%… 대기-해양 통해 지구 전체에 영향
지난해 엘니뇨 영향 탓 이상 고온… 초콜릿-커피 등 기호식품 값 올라
라니냐 오면 북미-한국 등 강추위… 곡창지 가물어 밀-옥수수 값 상승
● 엘니뇨에 초콜릿-커피 값 상승
지난해 엘니뇨의 영향으로 12만5000년 간빙기 이후 지구는 가장 뜨거운 한 해를 보냈다. 엘니뇨는 적도 부근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도 이상인 상황이 5개월 넘게 이어지는 현상이다. 엘니뇨의 영향으로 동태평양 지역이 따뜻해지면 인근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남미와 미국 남부에 온난다습한 날씨를 만든다. 따뜻한 바닷물로 데워진 공기가 위로 올라가면서 비구름을 많이 만들어 홍수가 발생할 수도 있다. 지난겨울 한국이 유달리 따뜻하고 강수가 많았던 원인 중 하나로도 엘니뇨가 꼽힌다. 반대로 호주, 인도네시아 등 서태평양 지역에서는 한랭 건조한 날씨에 가뭄이 들 수 있다.
엘니뇨는 농작물에 바로 영향을 끼친다. 지난해 카카오 생산지인 서아프리카에서 폭염과 폭우가 닥치며 카카오나무에 치명적인 곰팡이병이 돌았다. 지난달 카카오의 국제 선물 가격이 t당 1만1800달러(약 162만 원)를 넘어서며 1년 전과 비교해 3.9배 가까이 오르는 등 44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카카오는 초콜릿의 원료이기 때문에 미국 등에선 주요 초콜릿 제품 가격이 급등했다. 커피 최대 생산국인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는 반대로 가뭄이 들면서 커피 생산량이 줄어 커피 원두 가격이 오름세를 보였다.
기상청은 올여름까지 쇠퇴하는 엘니뇨의 영향을 받고 하반기(7∼12월)부터는 라니냐가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했다.
● 라니냐에 한국 등 가뭄-한파… 곡물가 폭등
올 하반기 귀환이 예고된 라니냐는 엘니뇨와 반대로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도 이하인 상황이 5개월 이상 이어지는 현상이다. 동쪽에서 서쪽으로 부는 적도 무역풍이 강해져 동태평양의 따뜻한 해수가 서태평양으로 이동하면서 발생한다. 기상 현상 역시 엘니뇨와 반대여서 호주, 인도네시아 등 서태평양 지역에 폭우가 퍼붓고, 북미에는 강추위, 남미엔 심한 가뭄이 닥칠 수 있다.
한국은 어떤 영향을 받을까. 라니냐가 발생하면 통계적으로 한국은 겨울 기온이 평년보다 낮고 강수량이 적어진다. 한반도 북동쪽인 북서태평양 부근에 저기압이 형성되는데, 북반구에선 저기압인 경우 바람이 반시계 방향으로 불면서 한반도에 북풍이 자주 불어오기 때문이다. 차가운 북풍에 한파가 거세지는 것이다.
또 남부 지역 강수가 줄어든다. 라니냐가 발달한 2021년 12월∼2022년 2월 겨울 강수량은 전국 단위 기상 관측이 시작된 1973년 이후 가장 적었다. 당시 전국 강수량은 13.3mm로 최근 30년 평균치인 평년 강수량(89mm)의 15% 수준이었다.
밥상 물가와 나아가 식량, 에너지 안보에 빨간불이 켜질 수도 있다. 엘니뇨 때는 커피, 초콜릿, 올리브유 등 기호식품이 타격을 입었지만 라니냐 현상으로 추위와 가뭄을 겪는 지역은 콩과 밀, 옥수수의 최대 생산지인 미국 남부와 중남미이기 때문이다. 한파가 오는 지역에선 에너지 소비량도 급격히 늘 수 있다.
사실 엘니뇨나 라니냐는 이상기후가 아닌 자연스러운 기후변동이다. 그러나 기후학자들은 지구 온난화로 엘니뇨와 라니냐 현상이 강해지고 기후도 더 극단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딥티 싱 미 워싱턴주립대 환경학과 교수 연구팀은 2022년 2월 국제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에 라니냐로 인해 한국 등 동아시아와 남아시아, 북중미에서 가뭄이 20세기 때보다 10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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