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고달픈 ‘마처세대’
부모를 부양하는 마지막 세대, 자녀에게 부양받지 못하는 처음 세대, 이를 ‘마처세대’라 한다. 주로 베이비붐세대(1955~1963년생)와 586세대(1960년대생)에 속하는 중장년층이다. 우리나라 고도 성장기의 수혜자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80~90대 노부모 부양과 함께 자식에게 주거, 교육은 물론 손자녀 돌봄까지 떠맡으며 온갖 지원과 책임을 다하는 ‘낀 세대’다.
이들은 젊어서는 자식 치다꺼리와 내 집 마련에 올인했고, 자녀를 키우고 나니 이젠 부모님이 편찮으시다. 스스로 돌봄이 필요한 나이가 됐는데 아직도 돌봄을 요구받는다. 다니던 직장에서 은퇴했지만, 이중 부양의 짐에 또 다른 경제활동을 위해 일자리를 찾아 헤맨다. 재취업 시장을 떠돌아야 하는 60년대생을 ‘노마드족’이라 일컫는 이유다. 가족주의의 덫에 갇힌 마처세대의 삶은 피곤하고 버겁다.
한국은 2023년 기준 65세 이상 비율이 전체 인구 대비 19%에 이른다. 20%를 넘어서면 초고령사회라 하는데, 2025년이면 본격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10명 중 2명 이상이 65세 이상 노인이 되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펴낸 ‘고령층 고용률 상승요인 분석’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 60세 이상 취업자의 약 40%가 근로빈곤층이다. 고령층 경제활동은 자식에게 아파트를 사주려는 ‘능력 있는’ 부모가 목표가 아닌, 장성한 자녀들에게 짐이 되지 않는 부모로 남고 싶은 몸부림 같은 것이다.
재단법인 돌봄과미래가 지난달 1960년대생 98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10명 중 3명이 자기 자신이 고독사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10명 중 5~6명은 부모나 자녀, 혹은 양쪽 모두에게 경제적 지원을 하고 있으며, 퇴직자의 경우 절반가량이 평균 2.3개의 일터에서 일하고 있었다. 노후 책임을 누가 져야 하는지에 대해선 89%가 본인이라고 답했지만, 62%만 현재 노후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마처세대의 과도한 부담과 희생은 가족간 갈등을 부르고 가족유대를 깰 수도 있다. 노년을 평안하게 보낼 수 있는 사회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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