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간부 공무원에게 호부호형을 허하라
1980년 ‘서울의 봄’이라는 말이 정치권에 회자하던 시절에 공무원 9급으로 근무 중 입대해 병역을 마치고 화성군 팔탄면사무소에 발령받았다. 전임 회계 담당 역시 입대 휴직한 상황이어서 다른 면 출신이었지만 그리도 중요하게 친다는 회계담당자가 됐다. 하지만 나중에 보니 총무계 직원 3명 모두가 9급이었고 경력상 선임이어서 자연스럽게 회계주사가 됐다. 당시에는 9급, 8급이 회계업무를 담당해도 ‘주사’라는 호칭을 부여했다. 계장급에 속하는 주사로 격상해 회계업무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이후 총무계장과 산업계장이 장기근속으로 인해 상호 간 자리를 바꾸게 됐다. 회계서류를 준비하고 결재를 받게 됐다. 당시 23세, 공무원 3년 차 9급 공무원이 사비로 총무계장 도장을 새겼다. 결재를 올리고 인주를 대령한 후 새로 준비한 도장을 드렸다. 결재를 위한 도장을 받은 총무계장의 기분 좋은 환한 얼굴이 지금도 기억난다.
송구하지만 지금부터는 2차분 자기 자랑이다. 팔탄면사무소에서 1년여를 근무하고 다른 기관으로 발령받았다. 갑작스러운 발령으로 화성군에서 후임자를 보내지 못한 상황이어서 회계업무를 총무계장이 담당하게 됐다. 당시에는 매월 20일 봉급을 주려면 5일 정도 서류를 준비해야 했다. 주판으로 계산하고 먹지를 넣고 3부를 복제했다. 다른 기관으로 전근한 후 5일을 내리 퇴근해 팔탄면 공무원 봉급 서류를 준비했다. 다음 달에도 같은 작업을 했다. 교통이 불편해 환승 할인이 없던 시절에 버스를 세 번 갈아타고 저녁 출근을 했다.
이 일로 총무계장은 필자를 위한 칭찬 대변인이 됐다. 주변의 공무원을 만나면 팔탄면 근무했던 전출 공무원 이야기를 전했다. 늘 크게 칭찬했다. 지인들로부터 여러 번 계장의 칭찬에 대한 전언이 있었다. 작은 일을 크게 키워 칭찬해 주니 송구한 마음이 들었다. 훗날 생각해 보니 계장의 분에 넘치는 칭찬이 긍정의 마인드로 작용했나 보다. 이후 공직생활에서도 계장의 칭찬에 누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노력했다.
1984년 공무원 8급 신입 시절, 새로운 일이 나오면 각 팀의 차석들이 업무쟁탈전을 벌이는 모습을 본 기억이 있다. 최근의 공직사회에서는 자신의 업무가 아니라는 논리를 개발하는 데만 집중한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허가가 가능한 규정을 찾기보다는 불허가의 이유를 설명하는 데 심혈을 기울인단다. 더 이상 이런 자세로는 이 시대 행정을 선도하기 어렵다. 후배 공무원 모두에게 좀 더 역동적인 선진행정, 미래지향적인 적극 행정을 주문한다. 젊은 공무원들이여! 부탁드린다. 우리의 국장, 여러분의 과장, 바로 위 팀장에게 자랑스럽게 ‘호부호형을 허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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