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번듯한 백령병원 의사는 없어... 의료계는 느끼는 게 없나

경기일보 2024. 6. 4.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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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최북단 백령도에는 의료기관이 단 한 곳 있다. 인천의료원 백령병원이다. 당초 민간 병원이었다가 2014년 인천의료원 운영으로 바뀌었다. 공공 의료기관으로 시설은 거의 갖추고 있다. 응급실과 수술실, 외래진료실, 영상의학실, 진단검사실, 물리치료실 등이다. 그러나 이를 맡아 섬 주민 건강을 지킬 의료진이 없다. 의사를 못 구해 섬 유일 의료기관이 시들어 가고 있다.

특히 이 병원 산부인과는 더 그렇다. 초음파검사, 피검사 등 산전 진료는 물론 분만실도 갖췄다. 그러나 외딴섬 근무를 원하는 전문의를 찾기 어렵다. 2021년 4월부터 올 1월까지 아예 운영을 못했다. 5천500여 주민 중 여성이 절반을 넘는 백령도다. 저출생 극복과는 동떨어진 섬 지역 의료 현실이다.

인천의료원이 최근 백령병원 산부인과 전문의 모집 공고를 냈다. 다음 달 7일까지다. 올 1월 백령병원은 거의 3년 만에 산부인과 전문의 자리를 채웠다. 70대의 한 산부인과 전문의가 섬 근무를 자원한 덕분이었다. 그러나 3개월 만에 다시 공석이 됐다. 건강상의 이유로 사직한 때문이다. 당시 인천시는 백령병원 산부인과 전문의 연봉을 1억5천만원에서 2억5천만원으로 올려 모집했다. 산부인과 전문의 공백 상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어서다.

그러나 인천시도 인천의료원도 산부인과 전문의 찾기가 만만치 않으리라 본다. 백령도는 배편이 적은 데다 결항이 잦아 육지 왕래가 불편하다. 연봉을 1억원 더 올렸지만 육지 병원 근무에 비해 크게 나은 것도 아니다. 이 병원은 산부인과만 급한 게 아니다. 인천의료원은 내과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채용 공고도 곧 낼 계획이다.

현재 백령병원에 근무 중인 의사는 모두 8명이다. 전문의 2명과 공보의 6명이다. 공보의 6명 중 4명은 인턴이다. 산부인과·내과·신경외과·소아청소년과·응급의학과·치과 등은 전문의가 없다. 필수 의료 인력 부재가 일상화돼 있다. 이마저 더 악화할 것이 걱정이다. 전공의 파업 사태의 장기화로 공보의까지 줄어들까 봐서다. 최근 3년간 백령병원 공보의 중 전문의는 7명이었지만 올해 들어서는 2명에 불과하다. 전공의 집단 유급 사태라도 빚어지면 공보의 충원도 어렵게 된다.

백령병원의 전문의 공백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사고를 당해도 응급 수술을 못받고, 임산부와 아이들을 돌볼 의사도 없다니. 그간 발표용 대책은 많았다. 병원선 건조, 군부대 의료 인프라 활용 등이다. 병원선도 의사 못 구하면 병원 노릇 못 한다. 이런데도 ‘의사 수가 부족한 것은 아니다’ 할 것인가. 그 많다는 의사들은 다 어디 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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