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 더 뽑으라고? 정신 나간거 아냐?”
방송국 인종차별 설문 맹비난
“인종차별은 안 된다. 우리는 깨어 있어야 한다.”
전동 보드를 타고 헤드셋으로 음악을 들으면서 출근하는 율리안 나겔스만 독일 남자축구 국가대표팀 감독(46)이 인종차별적인 설문을 진행해 보도한 독일 공공방송 ARD를 강도높게 비난했다.
3일 AP 통신 등에 따르면 니겔스만 감독은 지난 2일 “공공방송국이 국가 축구팀에서 더 많은 백인 선수가 포함돼야하는지에 대한 설문을 조사한 것에 대해 충격을 받았다”며 “ARD 조사는 무척 인종차별적”이라고 말했다. 나겔스만 감독은 이어 중앙 미드필더 요슈아 키미히(바이에른 뮌헨)의 전날 발언에 동의하며 “공공방송국이 그런 질문을 하는 것은 정신 나간 일”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키미히는 전날 “축구팀은 다양한 문화, 종교적 배경 및 피부색 등이 모두 더해져 큰 목표를 위해 함께 일하는 모범적인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ARD는 1304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21%가 독일 대표팀에서 백인 선수들이 더 많이 뛰길 원한다고 전했다. 나겔스만 감독은 “전쟁, 경제적 요인, 환경 재앙으로 인해 도망친 사람들, 그저 받아들여지길 원하는 사람들이 유럽에 있다”며 “그때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자문해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은 유럽국가 중 아프리카 난민을 가장 호의적으로 대하는 국가다. 니겔스만 감독은 “독일은 아주 잘하고 있다”며 “우리가 (난민 문제에 대해) 눈을 감거나 간과하는 것은 미친 짓”이라고 덧붙였다.
나겔스만 감독은 적절한 비유로 자기 의견을 재차 강조했다. 나겔스만 감독은 “다른 문화를 경험하기 위해 휴가도 가면서 다른 문화가 여기로 오는 데 대해 불평하는 것은 이상하다”며 “그럼 나는 휴가도 가지 못한 채 항상 여기에 있어야 한다는 말인가”라고 말했다. 나겔스만 감독은 “우리는 나라 안의 모든 사람들을 위해 유럽축구선수권대회를 치러야 한다”며 “축구를 최고로 잘하는 사람이 모두 대표팀에 부름받아 나라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게 우리가 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독일대표팀에는 피부가 검은 아프리카, 터키계 선수들이 몇몇 포함돼 있다. 수비수 조나단 타흐(바이에르 레버쿠젠)는 아버지가 코트디부아르 출신이다. 중앙 수비수인 안토니오 뤼디거(레알 마드리드)의 어머니는 시에라리온 출신이다. 측면 수비수 벤자민 헨리치(라이프치히)도 어머니가 가나인이다. 공격수 자말 무시알라(바이에른 뮌헨)는 아버지가 나이지리아계다. 공격수 데니스 운다브(슈투트가르트) 부모는 터키계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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