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인공지능 콘텐츠의 여름
인공지능은 뜨거운 여름으로 접어들고 있다. 챗GPT가 불러온 인공지능에 관한 대중의 관심은 폭발 직전이다. 오픈AI는 지난 2월 글로 명령을 내리면 동영상을 만들어주는 '소라'(SORA)를 공개했다. 5월에는 다국어 음성인식을 지원하는 챗GPT-4o를 상용화했다.
인공지능은 1943년 단순 네트워크를 분석하는 '인공신경망'으로 등장했다. 인간이 컴퓨터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지 시험한 '튜링테스트'를 거치면서 관심이 더 커졌다. 1970년대 인공지능은 복잡한 문제풀이 앞에서 겨울을 만났다. 사람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인공지능을 잊었다. 1980년대 한 번 더 봄과 겨울을 거친 인공지능은 딥러닝이 가능해지면서 다시 주목받았다.
인공지능이 봄과 겨울을 지나온 까닭은 관련 기술이 뒷받침돼서다. 고대 그리스인은 이미 흑연을 채취해서 뭔가를 표시하는 도구로 썼다. 16세기 영국인이 흑연을 나뭇조각에 끼워 쓰는 방법을 찾아내면서 연필의 초기 형태가 생겨났다. 18세기 말 프랑스에서 흑연을 높은 온도에서 굽게 되자 지금과 같은 연필이 만들어졌다. 연필은 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릴 때 획기적인 도움을 줬다.
새로운 기술의 상상은 다른 기술의 도움으로 현실이 된다. 정보(데이터)를 처리하는 디지털기술과 이를 매개하는 통신(인터넷)기술이 없었다면 챗GPT는 이렇게 주목받지 못했다. 연필이 발명되고 미술창작의 역사가 새로 시작됐듯이 인공지능이라는 도구는 콘텐츠 제작의 새로운 역사를 열어젖혔다.
'소라'와 GPT-4o는 소리, 글자, 그림을 자유롭게 전환하는 능력을 보여준다. 소리(사운드) 글자(텍스트) 그림(이미지)은 콘텐츠를 만들 때 꼭 필요한 3가지 요소다. 콘텐츠는 이 중 하나 또는 둘 또는 셋을 묶어 만들어진다. 이들은 설령 바깥으로 드러나지 않더라도 제작과정에서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 예컨대 영화를 만들 때 작가는 시나리오를 쓰고(글자) 감독은 스토리보드를 만들고(그림) 배우는 대사를 거듭 읽으면서(소리) 연기를 준비한다.
인공지능은 이 과정을 모두 생략해버린다. '소라'의 영상들은 매우 사실적인 시각 이미지를 보여준다. 숲 속을 날아다니는 종이비행기떼, 도쿄의 밤거리를 거니는 여성, 설원 위의 맘모스, 푸른 하늘 아래 염전을 탐험하는 우주비행사, 촛불에 가까이 다가가려는 몬스터 등 주제는 물론 장르와 촬영 형식도 다양하다. 드론 스타일과 드라마,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이 모두 가능하다.
여성의 선글라스에 비친 거리의 모습은 세밀한 묘사를 놓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인상적이다. 자연 다큐멘터리를 흉내 낸 영상은 실사와 구분하기 어렵다. 이 정도라면 '익숙하지만 낯선 골짜기'(uncanny valley)를 이미 빠져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공지능 영상에 대한 놀라움은 2가지 때문이다. 길고 복잡한 준비과정 없이 콘텐츠가 뚝딱 만들어지고 글로 써넣은 프롬프터가 곧바로 영상으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첫 번째 놀라움은 우리를 매우 값싸고 편리한 기술의 시대로 이끌어준다는 데 있다. 인력과 자본이 필요한 콘텐츠 제작도구가 누구나 쓸 수 있도록 보급될 것이다. 두 번째 놀라움은 우리가 더욱 남다른 상상력을 펼쳐야 한다는 난제와 관련된다. 인공지능은 어디선가 본 듯한 영상을 만들어낼 뿐이다. 이제 '인간지능'의 미학적 상상력은 인공지능을 뛰어넘는 역량을 보여줘야 한다.
손과 나뭇가지에 뒤이어 나타난 연필은 색연필로 변주되면서 그림을 창조했다. 필름과 더불어 등장한 카메라는 디지털카메라로 변주되면서 사진을 혁신했다. 이미지는 '그리기'에서 '찍기'의 역사를 걸어왔다. 그리고 '생성하기'의 역사를 열고 있다. 인공지능은 우리를 더욱 편리하게 하는 도구이자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출제자가 됐다. 그러므로 인공지능이 영상콘텐츠를 모두 집어삼키리라는 비관은 금물이다.(임대근 한국외대 컬처·테크융합대학장)
임대근 한국외대 컬처·테크융합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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