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20% 준다고? 예금 금리만 보고 덜컥 가입하지 마세요
하루 납입금액·기간 등 제한돼
만기 세후 이자 최대 4만2400원
최근 예금과 적금의 금리가 낮아지면서 매력을 잃어가고 있는 가운데, 일부 은행이 고금리 상품을 내놓고 있다. 그런데 고금리 상품에 가입할 때는 조건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은행의 홍보 문구만 보고 덜컥 가입했다간, 기대보다 낮은 이자를 받을 수 있어서다.
최근 예테크(예금과 재테크의 합성어)족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상품은 대구은행이 오는 5일 출시하는 최고 연 20% 금리를 주는 단기 적금 상품이다. ‘역대급 금리’라는 평을 받았지만, 사실 가입자가 막상 만기 때 받을 수 있는 이자는 크지 않다. 하루 최대 납입할 수 있는 금액과 기간이 각각 5만원, 60일이기 때문이다. 가입자는 하루 5만원씩 꾸준히 넣으면 원금이 300만원 모이고, 세후 이자로는 최대 4만2415원쯤 받을 수 있다.
이에 은행들이 내세우는 금리가 연간으로 따져 얼마인지와 최대 가입할 수 있는 기간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특히, 적금 상품은 표면으로 제시하는 이자보다 낮은 실질 이자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12개월 적금 상품의 경우 첫 달에 넣은 돈에만 12개월 치 이자를 받을 수 있다. 둘째 달부터는 연 이율이 전부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넣은 기간만큼의 이자만 붙게 된다. 결국 12개월을 평균하면 제시하는 이자의 절반 정도가 실제 적용되는 금리인 셈이다.
아예 이벤트성으로 일부 가입자에게만 최고 금리 혜택을 주는 상품에도 유의해야 한다. 전북은행의 ‘JB슈퍼씨드 적금’은 높은 이자를 내세우지만, 가입자 모두가 이런 높은 이자를 받기는 어렵다. 이 상품은 기본 이율 연 3.3%에 이벤트 우대 이율 연 10.0% 적용해 최고 연 13.3% 금리를 받을 수 있다고 홍보한다.
그런데 이런 우대 이율을 받으려면 은행이 제시하는 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 가입자는 매월 적금에 돈을 부으면, 은행 앱에서 일종의 추첨형 상품인 ‘씨드’를 받을 수 있다. 이 씨드가 10%의 우대 금리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슈퍼씨드’일 경우 우대 금리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씨드는 월 최대 1개를 받을 수 있어 1년 만기 가입 시 최대 11번의 기회가 생기지만, 이 슈퍼씨드가 나타날 확률은 0.2%에 불과하다. 그래서 통상은 우대 금리 혜택 없이 연 3.3%의 금리를 적용받게 된다.
한편, 최근 금융권에선 ‘연 4% 금리’가 거의 사라지고 있다. 3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12개월 만기 예금 금리는 연 2.6~3.6%로 집계된다. 우대 금리를 포함한 최고 금리도 연 3.5~3.9%로 연 4%가 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과거 고금리의 대명사였던 저축은행 예금 금리마저 은행보다 낮아지는 추세다. 저축은행들이 높은 금리를 주기보다는 대출 연체 관리 등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79개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 예금 평균 금리는 연 3.67%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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