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아이슬란드도 28년만에 여성 대통령
북유럽 아이슬란드에서 28년 만에 여성 대통령이 나왔다. 2일 아이슬란드 선거관리위원회는 전날 벌어진 대통령 선거 최종 개표 결과 할라 토마스도티르(55) 후보가 34.8%의 득표율로 임기 4년의 차기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발표했다. 카트린 야콥스도티르(48) 전 총리가 25.5%, 할라 흐룬트 로가도티르(43) 후보가 15.5%의 득표율로 뒤를 이었다. 총 12명의 후보 중 1~3위가 모두 여성이다. 후보의 이름에 붙는 ‘도티르(dottir)’는 아이슬란드어로 ‘(누구의) 딸’이라는 뜻이다.
토마스도티르 당선자는 기업인 출신이다. 영국 재계의 거물인 리처드 브랜슨 버진 그룹 총수가 설립한 글로벌 비영리단체 ‘더 비팀(The B Team)’의 최고경영자로 일해왔다. 2007년 투자회사인 아우두르 캐피털을 공동 창업했고, 이듬해 아이슬란드를 강타한 금융 위기에서 살아남으면서 유명해졌다. 이후 아이슬란드 상공회의소 역사상 최초의 여성 회장을 지냈다. 미국에서 경영학석사(MBA)를 하고 세계적 음료 기업 펩시콜라와 과자 회사 마르스에서 10여 년간 경력을 쌓았다. 영어와 독일어, 스페인어에 능통하다.
아이슬란드는 의원내각제로 실질적 권력은 총리에게 있고, 대통령은 국가 원수로서 상징적 역할을 주로 한다. 토마스도티르는 당선 확정 후 인터뷰에서 “세대 간 평등과 정의를 위해서, 젊은이들의 미래를 위해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대선 출마는 두 번째다. 지난 2016년 대선에도 출마, 27.9%의 득표율로 2위를 하며 아이슬란드 정계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39.1%의 득표율로 당선된 이가 구드니 요우하네손 현 대통령으로, 연임 후 이번에 퇴임을 선언하고 출마하지 않았다.
아이슬란드는 2009년부터 세계경제포럼(WEF)의 글로벌 성평등 지수에서 14년 연속 1위를 차지해온 나라다. 40만 남짓한 적은 인구 때문에 여성의 경제·사회 활동 참여가 일찍부터 활발했다. 1961년 사실상 세계 최초의 남녀 임금 차별 금지법을 제정했고, 1980년 세계 최초의 여성 대통령(비그디스 핀보가도티르)을 배출했다. 연극 배우 출신인 핀보가도티르 대통령은 미군 주둔 반대와 환경 운동 등에 앞장서며 1996년까지 4연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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