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출장·골프용으로… 차 빌리는 4050 늘어난다
2030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카셰어링(차량 공유)이 4050에게도 인기를 끌고 있다. 카셰어링은 공유 경제에 대한 거부감이 적고 IT에 익숙한 20~30대가 주 고객이었다. 하지만 최근엔 40~50대도 골프·캠핑 등 목적에 따라 카셰어링을 ‘세컨드 카’처럼 이용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국내 최대 회원(970만명)을 보유한 카셰어링 업체 쏘카에 따르면, 올 1분기 40대와 50대의 총 이용 시간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25%, 30% 늘었다. 반면 20대와 30대는 10% 안팎 증가에 그쳤다. 더 중요한 건 추이다. 이미 작년 20대와 30대의 총 이용 시간은 2022년에 비해 각각 5.9%, 7.6% 감소했었다. 반면 작년에도 40대(1.6%)와 50대(5%)의 이용 시간은 올랐다.
코로나 사태가 종식된 이후 늘어난 카셰어링 수요의 대부분을 40대 이상이 흡수한 셈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카셰어링이 차 구매의 대안이 아니라, 특정 목적에 따라 잠시 이용하는 ‘세컨드 카’로 인식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카셰어링은 주로 차가 없는 2030의 여행 수요를 등에 업고 성장해 왔지만, 코로나 사태를 전후로 목적에 따라 다른 차량을 필요로 하는 일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차박 등 캠핑이 유행하고, 골프 등 취미를 위해 대규모 인원을 태울 일이 늘었다. 4050도 그때마다 이런 상황을 위해 새로 차를 구매하기보다는 카셰어링을 이용하기 시작했고, 점차 익숙해지며 거부감이 줄고 있는 것이다.
◇골프·캠핑族, 4050 잡아라
40대 이상은 카셰어링업계의 ‘큰손’으로 부상하고 있다. 돈이 더 들더라도 집 앞까지 배송해주는 등의 추가 서비스를 과감히 이용하기 때문이다. 쏘카에 따르면, 이용료를 추가하면 집 앞까지 차를 배송해주고 가져가는 ‘부름’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 중 40대 이상이 40%다. 쏘카 관계자는 “부름 이용 고객은 주로 여행이나 무거운 짐을 들고 이동하는 일이 많다”며 “40대 이상 고객들은 타 연령대에 비해 캠핑장·골프장을 많이 방문했고, 평일에는 KTX 근처에서 빌려서 출장지·장례식장 등을 방문한 이들이 많았다”고 했다.
4050은 또 2030보다 더 비싼 차를 빌리고, 더 오래 이용한다. 쏘카 40대 이상 고객들은 경차보다 대여료가 비싼 준중형 세단과 준중형 SUV를 많이 빌렸다. 작년 한 명당 평균 대여 시간도 20시간 안팎으로 20대(15시간)와 30대(18시간)에 비해 높았다.
업계도 이에 대응한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올 들어 쏘카는 작년 8월 출시 이후 수도권 지역에서만 운영했던 캠핑카 대여 서비스를 제주와 강릉으로 확장했다. 루프탑 텐트와 각종 캠핑 도구가 비치된 현대 스타리아 차량을 빌려주는 서비스로 가족을 동반한 4050 아빠들을 공략한 것이다. 장례식장 방문이나 각종 출장 때 사용할 수 있도록 KTX 열차 예매와 카셰어링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상품도 내놨다. 그린카는 4050을 겨냥해 스크린 골프 대회를 진행하며 자사 서비스를 홍보하는 한편, 국내외 골프장과 제휴한 할인 상품을 내놨다.
◇차 안 사는 2030, 운전도 줄인다
2030의 카셰어링 수요가 둔화하는 것은 고물가·고금리 장기화, 해외여행 선호 등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하고 있다. 차량 구매에 대한 경제적 부담이 커지자 운전 자체에 대한 관심이 줄면서, 운전면허를 보유한 2030이 줄고 있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20대의 운전면허 시험 응시율은 2010년 13.3%에서 2022년 10.8%로 감소했다.
또 2030은 차를 빌려 국내 여행을 하는 대신, 가까운 해외로 나가는 추세다. 시장조사 기관인 컨슈머인사이트의 지난 3월 설문조사 자료에 따르면, 6개월 안에 해외 여행을 다녀온 비율은 유일하게 20대(40.8%)가 40%를 넘겼다. 반면 국내 숙박 경험률은 40대, 50대, 30대, 20대 순으로, 20대가 가장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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