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장의 무덤… ‘달 감독’ 성공할까

강호철 기자 2024. 6. 4.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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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문, 한화 감독 정식 취임 “승률 5할 목표… 우승하고 싶다”
3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는 김경문 한화 신임 감독. /뉴시스

“잘 어울리나요?”

3일 오후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 홍보관에서 취임식을 가진 김경문(66) 14대 한화 감독은 박종태 신임 대표이사에게 한화 유니폼을 건네받고는 설레는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그는 “밖에 있으면서 여러 생각이 많이 들었다. 현장에 돌아왔으니 차근차근 실행에 옮기면서 한화 이글스를 강팀으로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김 감독이 그라운드에 돌아온 건 2021년 도쿄올림픽 이후 3년여 만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 리그로만 따지면 NC에서 중도 퇴진한 2018년 6월 이후 6년여 만. 한화가 최원호 감독 퇴진 이후 김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긴 이유는 명확하다. 가을야구 진출이다. 감독은 15년간 두산과 NC 유니폼을 입고 KBO 리그 통산 1700경기에 나서 896승을 거뒀다. 프로팀을 맡으면서 1군 14시즌 중 10차례나 가을야구 진출을 이끌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선 국가대표팀을 맡아 전승 금메달 신화를 썼다.

그래픽=정인성

김 감독 장점은 명확하다. 선수단을 휘어잡는 카리스마와 유망주를 길러내는 안목이 탁월하다. 화수분 야구로 대변되는 두산 야구, 2011년 제9구단으로 창단한 NC 초대 사령탑을 맡아 많은 선수를 키워냈다. 약팀에 믿음과 동기 부여라는 자양분을 활용해 강팀으로 만들어내는 능력은 이미 검증받았다. 한화는 수년간 하위 팀 신세를 면치 못하면서 대신 유망주를 많이 확보했다. 지난해 홈런왕 노시환과 대표팀 간판 투수로 성장한 문동주 등 어린 선수들 기량이 무르익었다. 그들 힘을 밖으로 끌어낼 지도자가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김 감독은 “문동주를 비롯한 젊은 선발진이 한화의 장점이며, 그래서 미래가 밝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시즌이 중반기로 접어드는 만큼 나이가 있는 선수들을 많이 기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베테랑 활용도를 높이겠다는 생각을 드러냈다.

한화는 그동안 한국 프로야구 최고 명장들도 두 손 번쩍 들고 나간, ‘명장들 무덤’이기도 하다. 역대 감독 최다승 1위 김응용, 2위 김성근 감독에 WBC(월드베이스볼) 준우승을 이끈 ‘국민 감독’ 김인식 감독까지 사령탑을 맡았다. 하지만 이들 ‘3김(金)’ 모두 실패로 끝났다. 가장 먼저 지휘봉을 잡은 김인식 감독은 부임 두 번째 시즌에 한국시리즈에 올랐지만 준우승에 그쳤다. 이후 마지막 두 시즌 동안 팀이 하위권으로 추락했고, 결국 2009년 중도 퇴진했다. 김응용 감독 역시 2004년 삼성 감독을 그만둔 뒤 2013년 9년 만에 현장에 돌아왔으나 두 시즌 모두 최하위(9위)를 면치 못했다. ‘야신(野神)’이라고 불리는 김성근 감독도 2011년 시즌 도중 퇴진한 뒤 3년 만에 1군 무대에 돌아왔다가 실패를 경험했다. 다들 한동안 현장을 떠나 있다가 복귀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김경문 감독 역시 6년 만에 복귀하기 때문에 현장과 괴리가 없을 수 없다. 일부 팬이 반대 의사를 강하게 나타낸 것도 이런 이유다.

이날 취임식에서 김 감독은 등번호 74번이 새겨진 유니폼을 건네받았다. 74번은 행운의 숫자인 7과 부정적 의미가 담긴 4를 조합한 번호로 야구엔 길흉이 공존한다는 그의 야구 철학이 담겨 있다. 두산과 NC, 그리고 대표팀 감독 때도 사용했던 번호다.

김 감독은 네 차례 한국시리즈에서 모두 패한 아픔을 갖고 있다. 이런 부분 때문인지 “2등이라는 게 제게는 아픔이었다. 꼭 한화 이글스와 함께 우승하고 싶다”며 “감독은 팀 성적이 나쁘면 책임질 수도 있어야 한다. 이번에는 끝까지 잘 마무리하고 내 목표를 이루고 떠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화와 3년 계약한 그는 “올해는 일단 승률 5할을 맞추는 게 우선이고, 포스트 시즌 진출에 초점을 맞춘 뒤 성적이 올라가면 그다음도 생각해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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