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말만으로는 부족할 때
최근 진행했던 한 미디어 강연에서 요즘 아이들은 옆에 있는 사람과도 스마트폰 메신저로 대화한다는 말을 들었다. 생생한 목격담이었는데, 재밌는 것은 아이들은 화면에 머리를 박고 있다가도 수시로 얼굴을 들어 대화를 하더라는 것이다. 메신저만으로 의미가 전달되지 않으면, 즉각 대면 대화로 전환한다는 것. 이미 아이들에겐 온라인 대화가 먼저고, 오프라인은 이를 보조하는 역할이 된 것이다.
성인들도 메신저를 주고받다 보면 텍스트만으로 의미를 충분하게 전달하지 못했다고 느낄 때가 많다. 그럴 때 우리도 ‘^^’이나 ‘ㅠㅠ’ 같은 이모티콘을 활용해 추가적인 의미를 전달한다. 이 모두는 불완전한 의사소통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다. 1982년 미국 카네기멜런대 온라인 게시판에 한 교수가 ‘:-)’라는 이모티콘을 처음 쓴 것도 PC 화면에서 깜빡거리는 알파벳의 차가운 느낌에서 벗어나 입체적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메신저와 대화를 섞어 소통하는 아이들에게 이모티콘은 글이나 말보다 더 익숙하고 효과적인 감정 전달 수단이다. 짧은 어휘로 담아내지 못하는 것들을 아이들은 모양도 다양하고 소리까지 내는 각종 이모티콘으로 전달한다. 그러니 늘상 화면을 끼고 대화하는 아이들을 탓할 일만도 아니다.
애초에 말과 글이 커뮤니케이션의 전부는 아니었다. 범위를 넓히면, 식물은 화학물질을 통해 교류한다. 동물은 후각으로 친밀감과 적대감을 구분한다. 인간 역시 동물이기에 ‘페로몬’ 같은 것의 영향을 받는다. 다만 인간에게는 그런 원초적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부족했기에 말과 글이라는 혁신적 도구를 발전시켰을 것이다. 그리고 그 의사소통 수단은 스마트폰을 만나 다시 비약하고 있다.
현대의 상형문자라고 할 이모티콘의 발달은 글조차 지금의 형태에 고정되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말을 배우는 무렵부터 스마트폰을 익히는 세대가 등장하면서, 인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 그 변화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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