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곳곳서 막히는 송전선, 심각한 국가 현안
인공지능(AI)은 전력을 엄청나게 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전력을 보내는 송배전망 건설은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다. 수년씩 지연되기 일쑤다. 이달 준공 예정인 ‘345㎸ 북당진-신탕정 송전선로’의 경우, 당초 2003년에 사업을 시작해 2012년 준공이 목표였는데 지역 주민과 환경 단체의 반대, 지자체 소송 등으로 준공이 11년 5개월이나 늦어졌다. 송도 바이오클러스터에 전력을 공급하는 ‘345kV 신시흥-신송도 송전선로’는 59개월, 남해 해상 풍력발전량을 수송할 ‘345kV 신장성 변전소’는 62개월 지연됐다.
2008년 ‘밀양 송전탑 사태’ 이후 환경 단체 및 주민 반대, 지방자치단체의 비협조 등으로 전력망 건설은 난항을 겪고 있다. 실제로 밀양 송전탑이 포함된 신고리-북경남 송전선로가 완공된 2014년까지는 해마다 송전선로가 100km 이상 완공됐는데 이듬해부터 두 자릿수로 뚝 떨어졌다. 지난해 완공된 지상(地上) 송전선로 길이는 단거리 위주로 60km에 불과하다. 그 여파는 이미 현실화됐다. 경기 여주의 1000MW(메가와트)급 여주복합화력발전소는 가동률이 30% 수준에 불과하다.
이런 상태라면 첨단 산업에 대규모 투자를 해놓고도 전력 공급이 안 돼 공장을 못 돌리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622조원을 투자해 경기 평택·화성·용인·이천 등에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할 예정인데 2050년까지 이 클러스터에 추가되는 전력 수요만 해도 현재 수도권 전력 수요의 4분의 1인 10GW에 달한다. 우선 LNG발전소를 지어 초기 전기 수요를 충족하고, 2036년까지 대규모 전기를 공급하는 송배전망을 준공한다는 계획이지만 지금 상황이라면 실현 불가능하다.
전력망 건설에 속도를 내는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이 발의됐지만 여야 정쟁에 휩쓸려 폐기됐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첨단 산업단지가 전력을 제때 공급받지 못하는 재앙을 막으려면 이 법 제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여야 정쟁 사안도 아니다. 22대 국회에서 여야가 최우선적으로 전력망 확충 특별법부터 제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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