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로의 산야초 톡Ⅱ] 87. 풀솜대(지장보살) - 민초 허기 달랜 ‘자비의 나물’

강병로 2024. 6. 4.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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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밭이 황금빛으로 일렁입니다.

초록이 물드는 5∼6월의 숲에 몽실몽실 흰 꽃을 피우는 풀솜대! 민초들은 이 나물을 중생구제의 상징인 '지장보살'이라 불렀습니다.

기근이 잦던 시절, 나물과 국거리로 허기를 달래주던 풀솜대.

보리가 익어가는 계절입니다, 풀솜대로 허기를 달랠 세상은 아니지만 민초들의 삶은 여전히 팍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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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풀솜대(지장보살) 

보리밭이 황금빛으로 일렁입니다. 보는 것만으로도 배부른. 그러나 세상은 녹록지 않아 보입니다. 수심 가득한 농부의 얼굴. 어디 그들뿐일까요. 전통시장, 백화점, 골목시장 어디에서도 웃음소리를 듣기 어렵습니다. 팍팍한 삶! 먼 옛날, 백성들의 고단함을 안쓰러워했던 시인의 절규가 귓전에 맴돕니다. 당나라 시인 이신(李紳)은 ‘민농(憫農)’, 즉 ‘가엾은 농부’에서 이렇게 한탄합니다. ‘春種一粒粟(춘종일립속) 秋收萬顆子(추수만과자)/四海無閑田(사해무한전) 農夫猶餓死(농부유아사). 봄에 한알 곡식 뿌려서/가을이면 만알 곡식 거두네/세상에는 노는 땅 한 뼘 없지만/농부는 되레 굶주려 죽는구나.’

시인은 여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鋤禾日當午(서화일당오) 汗滴禾下土(한적화하토)/誰知盤中餐(수지반중찬) 粒粒皆辛苦(입립개신고). 한낮 무더위에 김을 매니/땀방울이 후두둑 땅을 적시네/누가 알리오 상 위의 쌀/한 톨, 한 톨이 모두 농민의 땀방울인 것을’이라며 농부의 힘겨운 삶을 어루만집니다. 그러나 그때나 지금이나 위정자의 ‘말’은 허허롭습니다. 바람결에 부서지듯 슬그머니 사라지기 일쑤입니다. 고통은 언제나 남겨진 자들의 몫! 동양의 현자들은 ‘백성은 밥을 하늘로 여기고 나라는 백성을 하늘로 삼는다’고 했습니다. 그런 나라, 어디에 있는지.

시인과 시를 소환한 것은 ‘지장보살’로 불리는 풀솜대 때문입니다. 초록이 물드는 5∼6월의 숲에 몽실몽실 흰 꽃을 피우는 풀솜대! 민초들은 이 나물을 중생구제의 상징인 ‘지장보살’이라 불렀습니다. 기근이 잦던 시절, 나물과 국거리로 허기를 달래주던 풀솜대. 배고픈 백성들에게 이보다 더 고마운 식물이 어디 있겠습니까. 어린 순을 데쳐 나물과 국거리로 이용하는 풀솜대는 비타민C가 풍부하고 식감이 부드러워 거부감이 없습니다. 영어명은 ‘꽃’의 이미지를 살려 ‘Snowy false lily of the valley’라 붙였습니다. 계곡의 눈꽃 같은 (가짜) 백합!

풀솜대는 민초의 허기를 달랠 뿐만 아니라 기력 보충과 각종 염증을 치료하는 약리 작용이 뛰어납니다. 잎과 줄기 뿌리 열매를 모두 사용하는데 한방에서는 뿌리를 ‘녹약’이라 하여 진통제 또는 타박상 치료제로 썼습니다. 지난 2013년엔 농촌진흥청과 경희대학교가 공동으로 풀솜대 추출물이 활성산소를 없애고 염증을 줄인다는 결과를 도출, 기능성 식의약 연구에 물꼬를 텄지요. 보리가 익어가는 계절입니다, 풀솜대로 허기를 달랠 세상은 아니지만 민초들의 삶은 여전히 팍팍합니다. 지장보살 같은 자비가 필요한 세상!

▲ 강병로 전략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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