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하나의 큰 정원으로”… 오세훈이 꿈꾸는 정원도시는 [심층기획]

김주영 2024. 6. 4.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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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시장-‘1호 女 조경가’ 대담
‘조경계 노벨상’ 정영선 작가
“산·고궁·유적 얽혀 있는 한국
시민 즐겨찾는 코스 만들어야
어린이대공원 박람회 어떤가”
‘디자인·녹지 중시’ 서울시장
“서울 어디서든 5분 안에 정원
한강변의 자연성 최대한 회복”
2024서울국제정원박람회 성황
정원도시 프로젝트 힘 실릴 듯

17.90㎡. 지난해 1월 기준 서울의 1인당 공원 면적이다. 2013년 16.20㎡에서 10년 새 1.70㎡가 늘었다. 증가폭이 가파르진 않지만, 2021년 처음 17.00㎡를 넘긴 뒤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서울의 공원율도 마찬가지다. 이 같은 지표 뒤엔 한 사람의 ‘꿈’이 자리잡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다. 그가 시정 지휘봉을 놓은 10년 새 정체돼 있던 서울의 1인당 공원 면적과 공원율이 다시 상승가도다.

첫 시장 임기가 시작된 2006년 이래 줄곧 ‘디자인’과 ‘녹지’를 강조해온 오 시장은 네 번째 임기 들어선 아예 ‘정원도시 서울’이란 기치를 내걸고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달 16일 서울 뚝섬한강공원에서 막을 올린 ‘2024 서울국제정원박람회’가 정원도시 서울의 미래 모습을 담아낸 ‘공간’이라면 오 시장과 국내 1호 여성 조경가의 대담은 정원도시 서울의 방향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시민들이 서울 광진구 뚝섬한강공원에서 열린 ‘2024 서울국제정원박람회’를 즐기고 있는 모습.
◆“시민 참여 확대 필요” 조언
지난달 30일 오후 4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지하 1층 전시마당에 조성된 정원. 오 시장은 정영선 작가와 나란히 앉자마자 함박 미소와 함께 “정말, 너무 뵙고 싶었습니다”라고 반겼다. 1975년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한 정 작가는 1980년 국내 여성 최초로 국토개발기술사(조경) 자격을 취득했다. 대표작으로 예술의전당(1984년), 샛강생태공원(1997년), 선유도공원(2002년), 청계광장(2005년), 경춘선숲길(2016년), 아모레퍼시픽 신사옥(2016년) 등이 있다. 지난해 9월에는 ‘조경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제프리 젤리코상을 받았다. 두 사람은 정원도시 서울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오세훈 서울시장(오른쪽)이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대한민국 1호 여성 조경가’ 정영선 작가와 ‘정원도시 서울’을 주제로 대담하며 웃고 있다. 서울시 제공
오 시장은 “‘디자인 서울 시즌2’의 핵심 콘셉트는 녹지 공간, 정원이 돼야 할 것 같다고 판단해 정원도시 프로젝트란 걸 하고 있다”며 “물론 우리나라가 산이 많아 녹지 공간이 그리 부족하진 않아 보이지만, 막상 도시 내부로 들어가 보면 생활 속 녹지 공간은 많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 주거 형태의 60% 이상이 아파트라 대다수 시민이 녹지나 풀, 나무, 꽃에 대한 갈증 같은 게 있는 것 같다”며 “프로젝트를 발표한 뒤 반응이 굉장히 뜨겁고, 시민들의 기대가 크다”고 덧붙였다.
‘2024 서울국제정원박람회’에 전시된 태국인 작가의 정원 작품 ‘나비효과’(The Butterfly Effect). 서울시 제공
이어 오 시장은 “서울시가 정원도시 프로젝트를 해 나가는 과정에서 무엇을 유의해야 할까, 혜안을 듣고 싶다”며 “특히 서울이 가진 특색을 반영해서 어떤 점을 신경써야 할지 말씀해 달라”고 청했다. 정 작가는 “우리 국토 자체가 하나의 정원이라고 늘 생각한다”며 “그런데 아직은 공원과 공원, 녹지 공간과 녹지 공간이 뚝뚝 떨어져 있고 전부 비슷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녹지 공간을 잘 연결하고, 개성도 부여해야 하고, 계절적인 변화를 주면서도 유지·관리가 쉬워야 하는데, 그걸 전부 나라(국가)나 시가 해주길 바라선 안 되고 시민들이 스스로 할 일을 찾도록 해줘야 한다”고 답했다.
오 시장이 “동네 정원을 만드는 데 시민들을 조금 참여시켜야 한다는 뜻이냐”고 묻자 정 작가는 “맞다”며 “예를 들어 골목별로 주민들이 얼마나 예쁘게 했느냐(정원을 가꿨느냐)를 두고 ‘상’을 주는 방식으로 하면 잘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오 시장은 ‘시민정원사 제도’를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한강·어린이대공원 아쉬워”

정 작가는 “서울만큼 근사한 데가 없다”면서도 “한강을 보다 잘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오 시장은 임기 1·2기 때의 ‘한강 르네상스’와 시장직 복귀 후 발표한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 환경단체의 반발 등을 언급한 뒤 “지금은 한강이 잘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강변에 그늘을 만들기 위해 식재한 수목이 너무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면서 “일 하는 사람들은 부침이 조금 있다”고 털어놨다. 이에 정 작가는 “외국은 오히려 햇빛을 쬐는 걸 즐기곤 한다”고 거들었다.

오 시장은 “한강변을 만드는 데 자연성을 최대한 회복시킬 부분은 자연성을 회복시키고, 인공 구조물을 넣어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것들은 그것대로 만들고, 조망할 수 있는 지점이 부족하니 군데군데 조망할 수 있는 포인트를 만든다는 큰 틀의 원칙 아래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작가는 서울의 또 다른 자연 자산인 산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겠냐는 오 시장의 질문에 정선이 그린 국보 ‘인왕제색도’를 거론하면서 “우리나라는 어디에서든 산과 고궁, 유적이 서로 얽혀 있는데 그걸 잘 연결하고 시민이 즐겨찾을 수 있는 코스를 만들어 정리해주면 좋을 것 같다”고 답변했다.

오 시장은 올해 3월 정원도시 서울의 청사진을 공개하면서 발표한 ‘동행·매력가든’ 조성 계획을 언급하며 정 작가에게 “혹시 작업을 해보고 싶은 곳이 있나”라고 물었다. 2026년까지 예산 2659억원을 투입, 일상에 녹아드는 매력가든 897곳과 약자를 위한 동행가든 110곳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정 작가는 “그것보다 어린이대공원이 조금 이상하다”며 “이름과 달리 어린이가 쓸(정원을 조성하거나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거의 없고, 노후도가 심각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어린이대공원에서 정원박람회를 여는 방안을 추천했다. 오 시장은 “좋은 생각”이라며 “다음 박람회 장소는 (서남권) 보라매공원 쪽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다시 동북권에서 하게 되면 어린이대공원도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삼성물산이 박람회 현장에 조성한 정원 ‘영원한 풍경’(Everscape)의 야경. 서울시 제공
◆박람회 ‘대박’에 정책 동력↑

그간 오 시장은 정원의 중요성을 꾸준히 강조해왔다. 1·2기 때 노을공원과 북서울꿈의숲을 포함한 큼직한 공원을 여럿 조성한 오 시장은 민선 8기 들어서는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생활권 공원과 녹지는 아직 부족하다”며 “서울 어디서나 5분 안에 정원을 만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시민 반응은 기대치를 웃돌고 있다. 3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국제정원박람회 개막 18일째인 전날까지 261만명이 박람회장을 찾았다. 서울시민 4명 중 1명 이상이 박람회를 다녀간 셈이다. 2015년 시작된 서울정원박람회를 올해 처음 국제 행사로 확대해 열린 이번 박람회에선 역대 최대규모 부지(1만460㎡)에 학생, 일반인, 외국인, 기업 등이 조성한 정원 76개가 방문객의 발길을 끌고 있다.

10월8일까지 이어지는 박람회에선 정원과 함께 가든 시네마, 보타닉 패션쇼, 작은 음악회 같은 다채로운 프로그램도 즐길 수 있다. 이처럼 박람회가 흥행하자 정원도시 서울 프로젝트에 더욱 힘이 실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시의 한 관계자는 “최초 4선 서울시장인 오 시장의 대표적인 업적을 꼽으라면 정원을 비롯한 녹지 확대 정책을 들 수 있다”며 “현대의 도시에서 정원이 갖고 있는 치유성 등 다양한 효과를 고려할 때 오 시장은 녹지의 질적·양적 측면에서 큰 족적을 남겼다”고 평가했다.

김주영·이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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