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언니 사칭해 연금 7천만원 받은 동생…"이해한다" 반응

[서울=뉴시스] 교통사고로 사망한 언니를 사칭해 7000만원이 넘는 퇴직 연금을 받아낸 중국 여성이 법정에 섰다. (사진=SCMP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황소정 인턴 기자 = 교통사고로 사망한 언니를 사칭해 7000만원이 넘는 퇴직 연금을 받아낸 중국 여성이 법정에 섰다.

지난 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 포스트(SCMP)에 따르면 이 여성은 죽은 언니 행세를 하며 14년 동안 일해 총 40만 위안(약 7200만원)에 달하는 연금을 받았다.

그런데 그녀의 범법 행위에도 불구하고 중국 소셜 미디어에서 동정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사연은 이렇다. 중국 북부 내몽골 자치구 우하이 출신인 안씨는 1993년 교통사고로 언니가 사망하자 언니가 다니던 공장에서 언니인 척 행세하며 일했다. 법원에 따르면 안씨는 2007년 퇴직할 때까지 해당 공장에서 일했다.

그는 2008년 1월부터 퇴직연금을 받기 시작했고 이는 2023년 4월까지 계속됐다. 안씨가 받은 연금은 총 39만3676위안(약 7508만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연금 사기 혐의로 입건된 안씨는 범행을 자백하고 유죄를 인정, 그동안 받은 돈을 상환했다. 법원은 이를 참작해 안씨에게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 벌금 2만5000위안(약 477만원)을 선고했다.

이 소식을 접한 현지 누리꾼들의 반응은 대체로 호의적이다. 안씨가 14년 동안 성실하게 일했을 뿐 아니라 직무에 대한 역량을 발휘하고 자신의 의무를 다했다는 게 그 이유다.

한 누리꾼은 "누가 연금만을 위해 14년 동안 일할 수 있을까. 그녀는 단지 직업을 물려받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그녀는 사회 보장에 덜 지불하지도 않았고 덜 일하지도 않았다. 늙어서 연금을 받으면 안 되는 이유가 무엇"이나면서 "공직에 있으면서도 일하지 않고 높은 연봉을 받는 사람들보다 훨씬 더 정직하다”고 평가했다.

"과거에도 비슷한 상황이 자주 있었다. (안씨는) 운이 좋지 않아 붙잡혔을 뿐" "예전에는 직장에서 누군가를 교체하는 것이 용인됐다" 등의 반응도 있었다.

많은 누리꾼들은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중국에서 잘 알려진 현상인 '대체 시스템'을 언급하며 안씨를 옹호했다. '대체 시스템'은 아이들 아이들이 직장에서 은퇴했거나 사임한 부모를 대신하는 것으로 1980년대 후반 시장경제로의 전환과 공정하고 경쟁적인 고용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점차 폐지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hwangso@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