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구성 둘러싼 여야 '신경전'…野, 상임위 독식?

김세정 2024. 6. 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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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대 "법사위·운영위·과방위 양보 못 해"
추경호 "민주주의 아닌 의회독재"
국회법 따른 다수결 시사…상임위 독식 땐 부담감

더불어민주당이 법제사법위원회와 운영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직을 가져가겠다며 국민의힘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2일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는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 /배정한 기자

[더팩트ㅣ국회=김세정 기자] 22대 국회 전반기 원구성을 둘러싼 여야의 기싸움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더불어민주당은 법제사법위원회와 운영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직을 가져가겠다며 국민의힘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총선 민의 왜곡"이라며 물러서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법정시한인 7일까지 합의점을 찾지 못한다면 18개 전체 상임위원장 자리를 모두 확보할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21대 국회와 비슷한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도 나온다. 다만 상임위원장을 독식할 경우 입법 독주 이미지는 물론 윤석열 정부의 실정까지 일정 부분 민주당이 떠안을 수 있어 부담감도 만만치 않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2일 국회 본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원구성 협상은 22대 국회 첫 단추를 꿰는 실로, 중요한 일이다. 국민의힘은 아직까지 제대로 된 안조차 내놓지 않고 시간만 질질 끌고 있다"라며 "관례를 존중하지만 관례보다 법이 우선이다. 민주당은 마냥 기다릴 수만 없다"고 밝혔다. 국민의힘과의 협상이 진전되지 않을 경우 다수결의 원칙에 따른 상임위원장 배분을 시사한 셈이다.

민주당은 법사위원장과 운영위원장, 과방위원장을 강력 요구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21대에서 폐기된 채상병 특검법 등을 신속히 재추진하기 위해 법사위원장 확보는 상수라고 본다. 집권 중반기에 들어선 윤 대통령을 상대로 강한 견제구를 날려야 하는 민주당 입장으로선 대통령실을 피감기관으로 둔 운영위 위원장 자리 역시 필수적이다. 방송3법 재추진이나 언론개혁을 22대 국회의 핵심 과제로 내세우는 만큼 과방위도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박 원내대표는 "법사위와 운영위 확보는 원내대표 출마 기자회견 때부터 천명했다. 수락 연설뿐만 아니라 정견발표에서도 당원, 시민들에게 언급했던 부분이다. 총선 민심을 반영해 책임정치를 하겠다는 입장을 이야기한 것"이라며 "총선 민심을 반영해 법사위는 꼭 필요하다. 온국민을 분노하게 만드는 채해병 특검법과 관련해 정의와 공정, 상식에 해당하는 일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 우리가 대통령실을 견제할 필요가 있다. 사실 확인이 필요한데 이런 경우 운영위는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법사위원장과 운영위원장은 절대 내줄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국회 관례에 따라 국회의장은 제1당이, 법사위원장은 제2당이 맡아왔고, 운영위 역시 여당에서 담당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171석의 민주당이 300석 국회를 제멋대로 좌지우지하겠다는 건 총선 민의 왜곡이자 헌법정신, 국회법 정신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이 모든 의견을 배제하고서라도 국회의장, 상임위원장까지 마음대로 선출하려는 것은 171석 다수당의 힘으로 국회 입법 권력을 완전히 장학하겠다는 것"이라며 "이것은 강자의 횡포일 뿐, 결코 민주주의가 아닌 의회 독재"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법사위원장과 운영위원장 자리는 절대 내줄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전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는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 /배정한 기자

양당의 원내지도부는 전날 만나 원구성에 대한 의견을 나눴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고 전해진다. 민주당은 합의점에 이르지 못한다면 단독으로 국회법에 따라 원구성을 완료하겠다는 방침이다. 이같은 상황이 벌어질 경우 민주당이 18개 전체 상임위원장 자리를 모두 다 차지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박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이 조율하는 과정 없이 시간만 낭비한다면 11대 7이 아니라 국회법에 따른 표결로 가져올 수 있어서 18개 상임위를 다 가져올 수 있는 부분이 있다"라고 했다.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박 원내대표는 "원구성을 논의한 지 3주가 지났다. 대화하고 타협하되 시간 내 결론나지 않으면 국회법과 다수결의 원칙에 따른 결론이 총선 민의와 민주주의 원칙에 부합한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민주당이 21대처럼 독식하기보다는 협의를 통해 일부 자리는 국민의힘에 양보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국을 주도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그에 따른 책임감이 더욱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법사위원장은 반드시 사수하면서 운영위원장이나 과방위원장을 최후의 협상카드로 사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도 있고, 특검정국으로 가야 하니까 속도를 내기 위해 법사위원장을 갖겠다는 것"이라며 "(독식한다면) 국정운영의 공동 부담을 안게 된다. 윤석열 정부가 '국회가 발목 잡아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라는 평가를 받게 된다면 민주당도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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