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욱의 과학 오디세이] [57] 인구밀도와 출산율
2023년도 대한민국 합계 출산율이 0.72를 기록했다. OECD 최하위는 물론, 세계 최하위다. 올해는 0.6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은 이미 0.55다.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일 때 독일의 집중 공격을 받던 러시아의 출산율이 1.3까지 추락했지만, 이 역시 현재 대한민국의 2배 가까운 수치다. 우리는 전쟁의 난리를 겪는 나라보다도 아이를 안 낳고 있다. 전 세계 인구학자들이 대한민국의 소멸 시점 예측치를 내놓고 있을 정도이다.
왜 이렇게 합계 출산율이 낮을까? 최근 눈여겨보는 것은 인구밀도다. 진화론에 따르면 인구가 늘고 경쟁이 심해지면 출산율이 떨어진다. 동물은 경험적으로 입증되었고, 인간도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의 출산율이 낮다. 세계적으로도 그렇고, 우리나라에서도 서울 출산율이 제일 낮다.
그런데 미시적으로 들여다보면 인구밀도 이론은 한계가 있다. 일단 대한민국과 서울의 인구밀도는 각각 세계 26위, 60위 정도에 불과하지만, 출산율은 둘 다 꼴찌다. 일례로, 필리핀 마닐라의 인구밀도는 서울의 3배이지만, 출산율은 2배이다. 뭄바이(인도), 다카(방글라데시) 역시 서울보다 인구밀도가 높지만, 출산율 역시 더 높다. 서울에서도 가장 인구밀도가 낮은 서초구나 종로구가 평균보다 낮은 출산율을 보인다. 1990년대 초에 서울의 인구밀도가 최고치였지만, 당시 합계 출산율은 지금의 두 배가 넘었다.
그래서 여기에 여러 사회·경제·문화적 요인이 더해진다. 수도권 도시 집중도, 낮은 청년 고용률, 극심한 경쟁주의 만연, 높은 집값, 혼외자에 대한 편견, 천문학적 양육 비용, 유급 출산 휴가 부족 등이다. 여기에 남녀 차별에 기인한 여성들의 의도적 ‘출산 파업’이 더해진다. 작년에 출간한 한국은행 보고서는 인구밀도와 도시 집중도가 완화되면 출산율이 0.4 정도 상승할 것이지만, 이는 단기간에 실현하기 어렵다고 봤다. 청년 고용률을 10% 높이고 유급 출산 휴가를 10주에서 60주로 늘리면, 출산율이 0.15 정도 늘어난다. 어렵지만 이것이 그나마 가능한 방법인데, 그래도 합계 출산율 0.87 정도에 불과하다. 이 역시 OECD 꼴찌다. 꼴찌 탈출의 전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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