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한국 정부에 "여가부 장관 지체없이 임명하라" 권고
"여가부 폐지 법안 철회하고 조직개편서 기능 유지해야"
차별금지법·형법상 비동의간음죄 부재에도 우려 표명
[서울=뉴시스] 고홍주 기자 = 유엔(UN) 여성차별철폐위원회가 우리 정부에 여성가족부(여가부) 장관의 조속한 임명을 권고했다.
3일 유엔에 따르면, 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 Convention on the Elimination of all Forms of Discrimination against Women)는 제9차 대한민국 국가보고서 심의를 마친 뒤 이 같은 최종 견해(권고안)을 냈다.
위원회는 "여가부 폐지가 여가부의 역할과 자원 강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이전 8차 보고서에서 퇴보하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한다"며 "여가부 장관 임명 실패와 예산의 급격한 삭감, 여성 정책의 퇴행 및 여성 발전을 위한 국가 정책에서의 여성 단체의 제한된 참여에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가부가 많은 방향에서의 변화의 동인이 됐다는 점을 고려할 때 여가부 폐지 법안을 철회하고, 지체없이 장관을 임명하라"며 "어떠한 조직개편에서도 그 기능을 유지하라"고 제안했다.
여가부 장관은 지난 2월20일 김현숙 당시 장관의 사표가 수리된 뒤 5개월째 공석 상태다.
특히 위원회는 "여가부의 인적, 기술적, 재정적 자원을 실질적으로 늘리고, 모든 정부부처에서 성 주류화 노력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도록 여가부 직원들에 대한 역량 강화를 제공하라"고 권고했다.
또 "여성의 권리 증진을 위해 충분한 예산을 할당하고 여성 발전을 위한 국가 계획과 전략의 설계, 채택 및 실행에 여성단체들의 동등한 참여를 보장하라"고 강조했다.
위원회는 정부 내 여성 장관이 5명에 불과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위원회는 "현재 국회의원의 20%만이 여성이며 장관이 5명이라는 점을 우려와 함께 언급한다"며 "가부장제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이중공격을 받을 수 있는 여성 정치인, 활동가, 언론인에 대한 인터넷 상 괴롭힘에 대한 우려도 표한다"고 했다.
아울러 위원회는 여전히 형법 297조의 강간죄에 '폭행 또는 협박'의 증거를 요구하는 것과 '동의' 개념이 부재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서도 "사이버 스토킹, 성희롱, 신상털기(Doxing), 사생활 사진의 동의없는 유출 등 새로운 기술을 이용한 성 기반 폭력과 인공지능(AI)으로 생성된 딥페이크 영상 등 확산이 우려스럽다"며 "현행 법이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폭력을 다 포괄하지 못해 기소율이 낮아지고 피해자 보호가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2019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 불합치 결정과 관련해서는 "결정을 환영하며 비범죄화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위원회는 "새로운 제도의 부재로 인해 국민건강보험으로 안전한 임신중지 서비스를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와 함께 언급한다"고 덧붙였다.
또 미혼여성에게 체외 인공수정을 비롯한 보조생식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있는 점도 지적했다.
보호출산제(신원을 노출하지 않고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제도)가 안전한 임신중지 서비스를 비롯한 성교육에 대한 제한적 접근, 임산부에 대한 적절한 지원을 하고 있지 못한 점, 미혼모와 관련된 사회적 낙인 등 미등록 출생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차별금지법 제정과 관련해서는 "헌법 제11조가 성별, 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되지만, 법적으로나 사실적으로나 형식적·실질적인 평등을 보장하는 차별금지법이 없다는 점에 대한 우려를 거듭 강조한다"고 했다.
여성차별철폐협약은 1979년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조약으로, 전 세계 협약 당사국들이 양성평등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데 지침이 되는 일종의 '권리장전'으로도 불린다.
우리나라는 1984년 협약에 가입한 이래 4년마다 관련 분야의 정책 성과를 국가보고서 형태로 유엔에 제출해왔다. 정부는 지난달 14일 대표단을 구성해 2022년 3월 제출된 9차 보고서 심의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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