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빠뜨려 아내 살해 '재심 현장검증'...고의 여부 쟁점
"운전대 조작하지 않아도 사고 지점으로 추락"
당시 잠수부 "도로 일직선 상 수중에서 차 발견"
검찰 "일부러 운전대 틀어서 저수지 추락"
"좌우 굽은 구간 반복…졸음운전 가능성 작아"
[앵커]
21년 전 전남 진도에서 보험금을 노리고 차량을 저수지에 빠뜨려 아내를 살해한 죄로 복역하던 60대 무기수가 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21년 만에 재심 결정이 내려지면서 현장 검증이 열렸는데요.
쟁점은 차량이 저수지에 빠진 게 과연 운전자의 고의냐 아니면 실수냐입니다.
나현호 기자입니다.
[기자]
1톤 화물차가 도로를 따라 일정한 속도로 주행하다가 저수지 앞에서 멈춰 섭니다.
검사와 변호인, 그리고 법원 직원까지 번갈아 운전대를 잡고 같은 길을 수차례 반복해 달립니다.
21년 전인 지난 2003년 7월, 보험금을 노리고 차량을 저수지에 빠뜨려 동승자인 아내를 숨지게 한 사건의 '재심' 현장 검증입니다.
이번 현장 검증은 당시 사고가 운전자 고의로 일어난 건지, 아니면 졸음운전에 의한 것인지가 쟁점이었습니다.
변호인은 단순히 운전자가 졸아서 사고가 났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 근거로, 일부러 운전대를 조작하지 않아도 일정한 속도로 도로를 달린다면, 저수지 사고 지점으로 차량이 추락한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박준영 / 재심 피고인 법률 대리인 : 저수지에 추락한 장소에 조향 없이 지금 직선도로의 진행 방향 그대로 주행했을 때도 추락 지점에 또는 추락 지점 부근에 다다를 수 있다는 게 저희 입증이었습니다.]
이는 저수지 앞 도로와 일직선 상에 있는 수중에서 추락한 차량을 발견했다는 당시 잠수부 진술과도 일치합니다.
[박은준 / 당시 수색활동 잠수부 : 도로의 진행 방향에서 바로 직선으로 그어서 한번 수색을 해보자. 좌표가 흔들리지 않는 범위에서 가는데 한 번에 20~30m 사이에서 발견했던 것입니다.]
반면 검찰은 운전자가 일부러 운전대를 틀어서 차량을 저수지에 빠뜨렸다는 주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추락 지점까지 도로 높낮이가 심하고 좌우로 굽은 구간이 반복돼 졸음운전은 타당하지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21년 전 사고를 놓고, 여러 차례 기각된 끝에 변호인과 전직 경찰관의 도움으로 재심이 열렸지만, 정작 피고인은 지난 4월 급성 백혈병 치료 도중 숨졌습니다.
YTN 나현호입니다.
YTN 나현호 (nhh7@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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