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란의시읽는마음] 파출이모

2024. 6. 3.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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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에 일하러 온 파출이모.

딱 하루, 제일 바쁜 날.

다 알면서도 매일같이 새로운 일터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야 하는 파출이모는 몸보다 마음이 더 고되지 않을까.

그러고 보면 '파출(派出)'과 '이모'를 대충 붙여 놓은 파출이모라는 호칭은 참 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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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진
우리는 그녀들을 파출이모
파출이모 하고 부른다
바쁜 연휴 주방에 한번씩 모시면
최대한 뽑아먹어야 한다고 힘껏
저어 주세요 담아 주세요 묶어 주세요
파출이모 하고 부른다
우리가 말이라도 걸면 타 준
커피만 홀짝 마시는 어차피
한 번 볼 사람이라고 파출이모 전부
날라 주세요 이렇게 하시면 안 돼요
허리 한번 펴기 힘든 파출이모
개고생하신다고 누가 거들기 하니
지난번 철판 집에선 욕하고 나왔다고
그릇들 닦고 쟁이는 파출이모
그냥 한번씩 버는 재미죠
슬슬 풀린 마음에 머리카락 쓸려
내려간 줄 모르고 그릇들
닦고 쟁이고 닦고 쟁이고
 
식당에 일하러 온 파출이모. 딱 하루, 제일 바쁜 날. 용역 회사 같은 곳을 통했을 것이다. “어차피 한 번 볼 사람”, “최대한 뽑아먹어야 하는” 사람. 다 알면서도 매일같이 새로운 일터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야 하는 파출이모는 몸보다 마음이 더 고되지 않을까. 지난번 욕하고 나왔다는 “철판 집” 상황은 오죽했을까.

그러고 보면 ‘파출(派出)’과 ‘이모’를 대충 붙여 놓은 파출이모라는 호칭은 참 묘하다. 먼 듯 가깝고, 가까운 듯 멀다. 함께 일하는 사이라 해도 그 거리는 좀체 좁혀지지 않는다. 하지만 노동의 하루는 기니까. 믹스커피를 홀짝이는 잠깐이라도 누군가 그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주면 좋겠다. “닦고 쟁이고 닦고 쟁이고”, 막막한 그녀의 노동을 헤아려 주면. 그래서 하루의 끝에는 조금 보드라운 마음으로 인사를 나눌 수 있기를.

이 시를 읽는 내내 나는 왜 엄마 얼굴이 떠올랐을까.

박소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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