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병주의역사저널] 조선시대 출생 장려 정책들의 울림

출산부부 휴가 주고 남편에겐 군복무 면제
가난으로 혼인 못한 경우 나라서 재물 내줘

최근 저출생 문제는 한국사회의 가장 큰 고민거리로 대두하고 있다. 정부를 비롯하여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저출생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대책 수립에 고심하고 있다. 경상북도의 경우에는 ‘저출생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저출생 극복 핵심 20대 과제를 포함해 100대 전략 과제를 실천해 나가고 있다.

조선시대에도 출생을 장려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실시하였음이 여러 기록을 통해 확인된다.

1426년(세종 8) 4월17일의 ‘세종실록’에는 세종이 현재의 법무부에 해당하는 형조에 지시하여서 “서울과 지방의 관청에서 일하는 여성이 아이를 낳으면 휴가를 백일 동안 주게 하고, 이를 일정한 규정으로 삼게 하라”는 기록이 보인다. 출산 여성에게 100일의 휴가를 부여한 것이다. 1430년(세종 12) 10월19일에는 부인이 출산하는 경우, 1개월 전부터 그 남편에게 군 복무를 면제케 해주라고 지시한 기록이 보이는데, 남편에게까지 3일간의 출산 휴가를 부여하였음이 나타난다.

세종대 마련한 출생 장려 정책은 조선의 헌법인 ‘경국대전’에 “부녀자가 임신한 경우 출산 전 30일, 출산 후 50일 등 총 80일의 휴가를 주고 그 남편에게도 산후 15일의 휴가를 준다”는 규정으로 완비되었다.

출생을 유도하기 위하여 혼인을 장려한 규정들도 다수 보인다. ‘경국대전’ 예전(禮典)의 혼가(婚嫁) 조항에는 “남자의 나이 15, 여자의 나이 14세가 되면 바야흐로 혼인하는 것을 허락한다”고 하였으며, 혜휼(惠恤) 조항에는 “사족의 딸로서, 나이가 30세가 가까우면서도 가난하여 시집을 가지 못한 자는 예조가 왕에게 보고를 하여 자재(資財:자본이 되는 재물)를 헤아려 지급한다”거나, “그 집안이 궁핍하지 않은데도 나이가 30세 이상이 차도록 시집가지 않은 자는 그 가장을 엄중하게 죄로 다스린다”고 규정하고 있음이 나타난다.

정조가 혼인을 장려한 모습은, 이덕무(李德懋)가 왕명을 받아 쓴 ‘김신부부전(金申夫婦傳)’에서 확인할 수가 있다. 이덕무는 “주상이, 사서(士庶)가 빈궁하여 남녀의 혼인이 혹 제때 이루어지지 못하는 것을 근심하고 한성 오부(五部)에 명하였다. 혼기가 먼 자는 앞당기게 하여 관가에서 혼인 자금으로 돈 500과 포목 두 끗을 도와주게 하고 달마다 아뢰게 하였다”고 기록하여, 정조가 혼인 자금까지 적극 지원하였음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선후기를 대표하는 실학자 정약용(丁若鏞)의 ‘목민심서(牧民心書)’에서도 국가가 주도하여 혼인을 장려해야 함을 기록하고 있는데, 혼인이 출생률을 높이는 데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정약용은 “혼인해야 할 나이가 지나 결혼하지 못한 자들은 관청에서 도와 결혼시켜 주어야 한다.”, “혼인을 장려하는 정책은 오래된 왕들이 남겨놓은 법이니 고을을 다스리는 수령들은 이를 성심으로 준수해야 한다.”, “매년 정월에 혼인할 나이를 지난 미혼자들을 찾아 2월에 결혼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등 구체적인 대책을 기록하고 있다.

저출생 문제가 가장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어서일까? 세종, 정조, 정약용 등 역사 속 인물들이 출생을 장려하기 위하여 취한 정책들이 더 큰 울림을 주고 있다.

신병주 건국대 교수·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