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아파트 가진 의사, 누나는 검사” 40대 백수의 기막힌 결혼사기

항소심서 1심보다 형량 늘어
실제로는 별다른 수입 없어

연합뉴스

자신은 의사며 신도시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고 누나는 검사라고 속인 뒤 피해자와 결혼을 약속, 결혼 자금을 편취한 40대 남성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특히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보다 더 높은 형량을 선고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형사항소5-3부(부장판사 홍득관·김행순·이종록)는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 씨의 항소심에서 징역 4년 6월을 선고했다. 징역 3년 6월을 선고한 원심은 파기됐다. 재판부는 범행 동기와 범행 후 정황 등 모든 양형 조건을 종합했을 때 피고인 A 씨에게 내려진 원심의 형이 가볍다고 판단했다. A 씨는 지인의 소개로 만난 여성 B 씨에게 자신을 정형외과 의사로 소개한 뒤 피해자와 실제 결혼할 것처럼 행세하면서 약 1억9000만 원을 편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사 결과 A 씨는 피해자에게 "병원에서 월급을 받지 못해 현금이 없다" "결혼 비용을 지인에게 줬는데 지인이 도망갔다. 먼저 주면 나중에 갚겠다"며 피해자를 속여 돈을 뜯었다. A 씨는 "누나는 검사이고 매형은 판사다. 나는 수원시 광교신도시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다"며 재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A 씨는 의사가 아니었으며, 범행 당시 별다른 수입도 없었다.

A 씨는 이 사건 외에도 비슷한 수법의 사기 혐의로 징역형과 벌금형을 여러 차례 선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의 과오를 반성하고 자숙하기는커녕 누범기간 중에 의사를 사칭하며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며 "피해자의 가족 주소를 아는 것을 빌미로 가족이 사는 곳을 찾아가겠다고 겁을 주고 돈을 추가로 요구하는 등 매우 몰염치하고 뻔뻔스러운 행태를 보이기까지 했다"고 판시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와 결혼할 것처럼 행세하면서 결혼자금 등 거액을 편취했는데 범행 경위와 내용, 기간과 수법, 피해 규모 등을 비춰봤을 때 죄질이 좋지 않다"며 "피고인은 당심에 이르기까지 피해자의 피해를 보상하지 못했고, 피해자는 원심 법정에서 직접 출석해 피고인의 엄벌을 탄원했다"고 판시했다.

임정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