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일지도 모르는 기회 잡자”…5월에만 17조원 ‘이곳’ 몰렸다

지난달 5대 은행 잔액 17조↑
“고금리 막차 타자” 수요 몰려
가상자산 등 투자심리 위축
요구불예금서 대기자금 썰물

[사진 = 연합뉴스]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꺾이면서 투자를 위해 대기하던 자금들이 머무르던 요구불예금과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 잔액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6개월에서 1년까지 돈을 묻어두고 이자를 받는 정기예금과 적금은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3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에 따르면 지난 5월 요구불예금과 MMDA(시장금리부 수시입출식예금) 잔액은 615조3767억원으로 2달 연속 감소했다. 3월까지만 해도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투자 대기수요 폭증으로 대기성자금인 요구불예금과 MMDA 잔액은 5.5% 상승했지만, 4월 이후 금리인하가 빨라도 하반기나 되어야 단행될 것이라는 시장 관측이 우세해지면서 대기성 자금에서 돈이 빠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돈은 6개월~1년짜리 정기예금과 적금으로 몰리고 있다. 5대 시중은행의 지난 5월 정기예금 잔액은 888조9418억원으로 전월 대비 1.8% 증가했다. 적금의 경우 지난 4월 3.4% 상승해 잔액이 32조4530억원이었는데, 5월에도 3.2% 늘어나 33조4818억원까지 늘었다. 5월 한달간 5대 시중은행에서 늘어난 예·적금 잔액은 17조원이 넘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인하가 올해 하반기에서 내년 상반기쯤 단행될 것이라는 사람들의 기대심리 속에 6개월에서 1년짜리 정기예금이나 적금에 가입하려는 수요가 몰렸다”면서 “어쩌면 당분간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고금리를 잡기 위한 차원이라고 볼 수도 있다”고 해석했다.

투자처가 마땅치 않은 것도 은행의 예·적금 상품에 돈이 몰린 이유 중 하나다. 금리인하에 대한 관망세가 짙은 상황에서 주식과 가상자산 등 주요 투자처에 대한 기대감이 한풀 꺾였고, 이것이 안전한 은행 예·적금 상품으로 이동했다는 것이다.

실제 연초까지만 해도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 투자에 불이 붙으면서 은행의 대기성자금의 대표주자인 요구불예금엔 막대한 돈이 몰렸다. 1월까지만 해도 590조7120억원에 불과했던 5대 시중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이 2월 614조2656억원까지 껑충 뛰었고, 3월에도 647조8882억원을 기록했다. 2달새 늘어난 대기성자금이 57조원에 달했다.

그러나 이같은 추세는 4월이 되면서 꺾였다. 특히 3월 1억원을 넘겼던 비트코인 가격은 4월들어 꺾이면서 지금까지도 9400만원대 수준을 유지중인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다. 국내 증시 역시 코스피가 3월 말까지만 해도 꾸준히 2700선을 유지하며 3000 돌파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지만, 최근 하락보합세를 유지하며 투자심리가 위축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월 3일부터 6월 3일까지 3개월간 개인투자자들은 코스피시장에서 5조6000억원어치를 팔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관망하던 자금 일부가 저축성 예금으로 이동했다”면서 “5월 국내 증시가 하락 마감하면서 투자성 대기자금 일부가 은행권 수신상품으로 이동했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