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호품 끊긴 가자…아이들이 말라간다
이스라엘 ‘봉쇄’에 식량난
라파 작전 이후 사태 악화
영양실조 아동 30명 숨져
“실제 사망 훨씬 많을 수도”
85% 하루 한 끼도 못 먹어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이자 핵심 구호 통로인 라파에서 군사작전을 시작한 후 가자지구로 반입되는 구호물자가 급감하며 영양실조로 사망하는 어린이가 늘고 있다.
2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 새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알발라 난민촌에서 영아와 어린이 등 2명이 급성 영양실조로 사망했다. 전쟁 중 태어난 생후 7개월 영아 파이즈 아부 아타야가 지난달 30일 영양실조로 숨진 데 이어, 이틀 후인 1일 같은 난민촌에서 생활하던 13세 어린이도 영양실조로 숨을 거뒀다.
지난해 10월 전쟁 발발 이후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전역을 봉쇄하고 국제사회가 보낸 구호품을 제한적으로 들여보내며 이곳에선 9개월째 식량난이 이어지고 있다. 육로를 통한 구호품 이송이 번번이 제지당하자 국제사회는 비행기로 구호품을 공중 투하하거나 해상 운송을 시작하는 등 대안을 마련했으나 역부족이었다. 최근엔 미군이 구호품 해상 운송을 위해 건설한 임시 부두마저 파손돼 해로를 통한 구호품 반입도 멈춘 상태다.
전쟁 발발 후 가자지구에선 어린이 약 30명이 급성 영양실조로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대부분은 올해 내내 식량난이 극심했던 북부 지역에서 나왔다. 그간 북부에 비해 남부의 구호 상황은 양호한 것으로 파악됐으나, 지난달 6일 이스라엘군이 국제사회의 거듭된 반대에도 라파에서 지상전을 강행하며 남부와 중부에서도 기근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이스라엘군이 핵심 구호품 보급로였던 최남단 라파 검문소를 폐쇄하며 상황이 악화됐다. 유엔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이 검문소를 폐쇄한 지난달 7일부터 28일까지 가자지구 안으로 들어온 구호품 물량은 하루 평균 트럭 58대 분량으로, 이전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 팔레스타인 담당자인 조너선 크릭스는 “라파에서 현재 진행 중인 작전은 어린이들에게 재앙”이라며 “급성 영양실조에 걸린 3000명 이상 아동이 영양제와 식량 부족으로 치료가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고 말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유사한 위기 상황에서 아동들은 일반적으로 병원이 아니라 집, 거리, 피란처 등에서 영양실조와 탈수로 사망한다”며 “영양실조로 인한 어린이 사망자가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이 지난 4월 가자지구 내 구호식량 배급 장소에서 생후 6개월~2세 영유아의 영양 실태를 조사한 결과, 85%가 직전 사흘간 하루 한 끼도 먹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이날 이스라엘과 이집트, 미국은 이집트 카이로에서 라파 검문소 재개방을 위한 논의를 시작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집트 관리들은 “논의에 거의 진전이 없었으나, 앞으로 며칠간 대화를 계속하기로 합의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말했다. 이집트는 자국 국경과 접한 라파 검문소에서 이스라엘군이 철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WSJ는 구호단체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라파 검문소가 다시 열리더라도 이 일대에서 이스라엘군의 작전이 계속되는 한 구호품 전달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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