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과반 실패 ‘만델라당’ ANC, 사상 첫 연정 ‘파트너’ 누가 될까
40.18% 득표해 400석 중 159석…2019년 230석 대비 참패
2위 DA가 가장 유력…백인 지지세 강해 ‘흑백 융합’ 변수
‘3위 돌풍’ 신생 MK 창당한 주마 전 대통령과는 갈등 깊어
남아프리카공화국 ‘민주화의 아버지’인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을 배출한 이후 30년 내내 집권당의 자리를 지켜온 아프리카민족회의(ANC)가 처음으로 총선 과반 득표에 실패해 주요 야당과 연립정부 구성 협상에 착수했다. 사상 최초로 연정 출범을 앞둔 남아공 정치권에 거대한 지각 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남아공 선거관리위원회는 2일(현지시간) ANC가 최종 40.18%를 득표해 전체 400석 중 159석을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1994년 아파르트헤이트(극단적인 인종차별정책)가 종식된 이후 치러진 민주 선거에서 ANC가 과반 득표에 실패한 것은 처음이다. 직전 선거인 2019년에 230석을 확보한 것에 견줘도 ‘참패’ 수준의 성적표다. 정치권의 잇따른 부패와 32%가 넘는 실업률, 극심한 빈부격차가 원인으로 꼽힌다.
ANC는 사상 첫 연정을 구성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남아공은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회 400석을 배분하고, 의회 과반의 동의로 대통령을 뽑는다. 지금까지는 ANC가 줄곧 과반 득표에 성공해 이 과정이 수월했지만, 올해는 야당과 지난한 협상을 벌이게 됐다.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은 이날 최종 개표 결과가 발표된 후 연정 구성을 촉구하면서 “좋든 싫든 국민들이 목소리를 냈다. 국민의 선택과 바람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ANC가 어느 정당과 손을 잡더라도 ‘험난한 여정’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ANC가 줄곧 과반 의석을 차지해온 탓에 야당과 함께 정권을 운영한 경험이 없는 데다, 남아공 정치권은 고질적인 인종갈등과 빈부격차로 인해 양극화가 심각하다.
제1야당이었던 민주동맹(DA)은 가장 유력한 연정 상대로 꼽힌다. DA는 이번 선거에서 21.81%를 득표해 87석을 얻었다. ANC를 가장 강도 높게 비판해온 야당이긴 하지만, 자유주의 성향인 라마포사 대통령은 친기업·친시장 성향 DA와의 연정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년 야당’이었던 DA에도 집권 기회가 절실한 상황이어서 협상 가능성은 열려 있다. 걸림돌은 DA는 백인 지지세가 강하고, ANC의 핵심 지지층인 흑인들은 이에 반감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ANC가 DA와 연정을 꾸린다면 ‘흑인들의 정당’이라는 정체성이 흐려지는 것은 불가피하다.
지난해 12월 창당해 이번 총선에서 3위로 올라선 신생 정당 움콘토 위시즈웨(MK)는 급진좌파 정당이다. MK는 58석(14.58% 득표)을 확보해 신생 정당으로서는 상당한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제는 MK를 창당한 제이컵 주마 전 대통령과 ANC가 갈등의 골이 깊다는 점이다. MK는 ANC와 연정을 꾸리는 조건으로 라마포사 대통령이 퇴진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MK가 그간 ‘ANC 때리기’에만 집중하고 정책 비전을 제시하지는 못했다는 점도 연정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다.
39석을 확보해 4위로 밀려난 경제자유전사(EFF)는 ANC 청년동맹 출신인 줄리우스 말레마가 내부 갈등을 겪은 뒤 개혁적인 청년세대가 2013년 분리 창당한 급진좌파 정당이다. ANC가 EFF와 연정을 꾸린다면 복지국가 시스템을 강화하는 등 당의 좌파 성향이 짙어질 수 있다. 다만 EFF도 ANC 출신 인사들을 주축으로 꾸려졌기 때문에 파벌 문제 등으로 서로 껄끄러운 관계라는 점이 변수다.
전문가들은 어떤 결과가 나와도 혼란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수전 부이센 요하네스버그 비트바테르스란트대 명예교수는 “남아공 정치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현지 공영방송 SABC에 말했다.
최혜린 기자 cher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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