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화장품 사진 보내며 “은밀하게 전달하겠다”하자···김건희 “한번 오시면 좋죠”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에게 명품 가방을 건넨 최재영 목사가 2022년 6월 김 여사와 처음 만날 약속을 잡을 당시 메신저로 명품 화장품을 선물로 준비했다면서 샤넬 브랜드 로고가 새겨진 종이가방 사진을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최 목사가 사진을 보내면서 “은밀하게 전달만 하겠다”고 하자 김 여사가 “한번 오시라”고 답하면서 만남 약속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최 목사는 윤 대통령 면담도 요청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3일 경향신문이 입수한 최 목사와 김 여사가 주고받은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보면 최 목사는 2022년 6월3일 김 여사에게 명품 화장품 등을 윤 대통령 취임 축하 선물로 마련했다면서 “부담 갖지 마시고요. 은밀하게 전달만 해드리고 싶어요”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김 여사는 “언제 사무실 한번 오시면 좋죠”라고 답했다. 최 목사는 “언제 한번 대통령님과 맥주 한잔 시원하게 같이 했으면 좋겠어요”라는 메시지도 보냈다. 이에 대해 김 여사는 “대통령은 생각보다 일정이 많아 언제 시간이 날지 모르겠네요”라고 답했다.
최 목사는 6월17일 “주중에 연락주신다 하셔서 기다리는 중이옵니다”라며 샤넬 로고가 새겨진 종이 가방 사진을 올렸다. 최 목사는 이어 “그냥 평범한 만남 인사”라며 “아시다시피 저는 청탁이나 그런 거 아니고 요란하게 떠벌이는 사람도 아니고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김 여사는 “월요일 두시 정도 어떠세요. 티타임”이라고 답했다. 최 목사는 실제 그 다음주 월요일인 2022년 6월20일 김 여사와 처음 만났다. 최 목사는 이날 샤넬 화장품과 향수 등 180만원 상당의 선물을 전달했다고 주장한다.
최 목사는 6월20일 김 여사와 만나 샤넬 화장품 등을 건넸다고 주장하는 시점 직후인 오후 4시25분쯤 김창준 전 미국 연방하원의원에 관한 메시지를 보냈다. 최 목사는 김 전 하원의원에 관해 “국가 원로로서 제대로 국정자문위원을 임명해주면 좋을 듯하다”고 말했다. 김 전 하원의원을 포함한 ‘전직 미국 연방의원협회’(FMC)가 방한한 다음 날인 7월10일 최 목사는 김 여사에게 “여사님이 공식적으로 접견”하면 좋겠다면서 “대통령 내외분이 함께 접견”을 하면 좋겠다고 메신저로 말했다. 김 여사는 “긍정적으로 검토하라고 하겠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김 여사나 윤 대통령이 김 전 하원의원을 실제로 접견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당시 김 여사나 윤 대통령의 공개 일정에는 김 전 하원의원을 접견했다는 내용은 없기 때문이다. 최 목사는 이튿날 김 여사에게 “조 비서님과 잘 소통해 이번 건은 없던 거로 잘 마무리됐습니다”라고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최 목사가 말한 ‘조 비서’는 대통령실 관계자를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지난달 최 목사를 2차례 불러 김 여사에게 명품 가방 등을 건넨 경위와 각종 청탁을 했는지 등을 조사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이날 김 여사 소환 필요성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수사팀에서 수사 상황과 조사 필요성을 충분히 검토해 바른 결론을 내릴 거라 믿는다”며 “모든 사건에 있어서 검사들에게 당부하는 건, 법 앞에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는 원칙과 기준을 견지해야 한다는 걸 늘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강연주 기자 pla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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