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가해’ 판정받은 ‘괴롭힘 방지 전도사’…무슨 일이?

김지환 기자 2024. 6. 3.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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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법 제정 기여한 노무사
직원이 “일 너무 시켜” 진정
지방노동청 ‘업무 과다’ 인정
“동의 못해” 행정심판 제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제정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 노무사 A씨가 자신이 대표로 있는 사업장에서 과도한 업무 부여 등으로 서울지방고용노동청으로부터 괴롭힘 가해 판단을 받았다. A씨는 노동부의 ‘직장 내 괴롭힘 판단 및 예방·대응 매뉴얼’ 기초안 연구에 참여하고, 한국괴롭힘학회 주요 보직을 맡는 등 손꼽히는 괴롭힘 분야 전문가다. A씨는 노동부 판단을 인정할 수 없다며 가해 사실을 부인하고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했다.

서울지방노동청은 지난달 2일 “일부 행위가 법 위반이라는 점이 확인돼 A씨에게 개선지도를 했다”는 사건처리 결과를 피해자 B씨에게 통지한 것으로 3일 확인됐다.

노무사 B씨는 직장 내 괴롭힘 조사, 연구, 컨설팅, 교육 등을 전문으로 하는 연구소에서 일하다 2022년 7월 퇴사했다. B씨는 퇴사 뒤 A씨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며 진정을 제기했지만 서울지방노동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B씨는 지난해 11월 재진정을 제기한 끝에 괴롭힘 피해 사실을 인정받았다.

B씨가 진정을 제기한 핵심 이유는 A씨의 과도한 업무 부여였다. 하급심 판례는 비정상적으로 과도한 업무를 지속적으로 부여하는 행위 등을 괴롭힘으로 보고 있다.

B씨는 입사 뒤 연장·휴일근무 등으로 허리통증을 겪어 2020년 1월28일부터 3월31일까지 질병휴직을 했다. 그해 4월 복귀한 B씨는 다수의 연구·제안서 작성 업무에 더해 짧은 기간 집중적 노동이 필요한 성희롱 및 괴롭힘 조사업무도 맡았다. 그는 괴롭힘 조사업무 중이던 5월28일 호흡곤란·전신발작을 일으켜 응급실로 이송됐다. 입원치료를 받았고, 전환장애 진단도 받았다.

이후 B씨는 재택근무를 했지만 노무사 전문 영역이 아닌 ‘C 연구용역’에 참여했다. B씨는 보고서 마감이 임박한 2020년 11월~2021년 1월 평일 야간과 휴일 등에 전화, e메일, 카카오톡 등으로 업무 지시를 받았다. 거듭되는 수정 지시 이행을 위해 수차례 밤샘 근무를 하고, 보고서 마감을 지키지 못해 지체상계금이 늘어간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받은 압박감 등으로 B씨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한다.

서울지방노동청은 촉박한 마감기간 내 보고서 작성을 마쳐야 했던 점, C 연구의 경우 당초 용역계약상 업무가 아닌 최종 보고서 취합정리까지 해야 해 연장·야간·휴일근로가 불가피했던 점, 재직 중 2차례 질병휴직·3차례 발작을 한 B씨에겐 업무량·업무강도가 상당히 높았을 것이라는 점 등을 과도한 업무 부여 근거로 봤다. 또 A씨가 2022년 8월 B씨 진정 사실을 직원 다수가 있는 단체 대화방에 알린 것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상 비밀유지 의무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재진정 사건을 대리한 노무법인 돌꽃 김유경 노무사는 “B씨는 현재 산재 신청도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A씨는 이날 기자와 통화하면서 “노동청 판단에 동의할 수 없어 행정심판을 제기했다”며 “과도한 업무 부여, 비밀유지 의무 위반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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