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 문제 힘 합치자”…민주당, 국민의힘과 ‘대치 속 협치’

박용하·신주영·손우성 기자 2024. 6. 3.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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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법 등 대립 중 민생 현안은 먼저 협력 제안
민생 주도권 잡고 ‘강성’ 이미지 탈피, 중도층 포섭 전략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저출생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며 이를 위한 여·야·정 협의기구 설치를 제안했다. 민주당은 최근 각종 특검법을 두고 국민의힘과 극한대립을 이어가면서도, 여야의 이견이 크지 않은 민생 현안에서는 과감한 협력을 제안하고 있다.

이 대표는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저출생에 대한 근본적 대책 수립과 집행을 위해 여·야·정 협의기구를 신속히 구성하길 요청한다”며 “민주당은 범국민적인 토론과 사회적 합의에도 적극 나설 것이고, 국가적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영수회담 때 윤석열 대통령께서 여·야·정 협의체를 상설 기구로 두자는 말씀을 하셨지만, 국회 내에서 상설적인 정책 협의가 이뤄지기에 그것은 보류하자고 말씀드린 바 있다”며 “하지만 특정 현안에 대해선 여·야·정 협의기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저출생 대응에 여야의 입장이 비슷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앞서 민주당은 저출생 종합대책을 발표했으며, 이 대표는 여러 차례 ‘인구위기대응부’ 설치를 촉구한 바 있다. 대통령실과 정부도 ‘저출생대응기획부’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여당은 관련 내용을 담은 패키지 법안을 발의했다. 이 대표는 “다툴 것은 다투더라도 반드시 해야 할 의제가 있다면 여야가 힘을 모아 기획하고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최근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 외압 의혹에 대한 특별검사법’(채 상병 특검법) 추진 등을 두고 국민의힘과 대립을 이어가면서도, 민생 현안에는 협력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민연금 개혁과 관련해 여당이 제시한 소득대체율 44%안을 받아들인 사례가 대표적이다. 지난달 29일에는 모든 국민에게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을 지급하겠다는 기존 주장에서 한발 물러나 ‘차등 지원’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같은 움직임은 핵심 사안에 반대로 일관해온 여권에 대한 일종의 ‘허찌르기’로 분석된다. 여야 이견이 크지 않은 사안을 중심으로 협력을 제안하면, 여권은 거부할 명분을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특별한 명분 없이 협력을 거부하면 여권 내 이견이 돌출되고, 민주당은 뭐든지 거부하는 여권의 ‘실정’을 강조할 수 있다. 이 같은 효과는 최근의 연금개혁 논의에서 확인됐다.

민주당의 제안을 여권이 받아들이면 이 대표는 민생 이슈를 주도해 성과까지 얻을 수 있다. ‘대여 투쟁에만 몰두한다’는 인식을 타파할 수 있어 중도층 확보에도 유리할 것으로 예상된다.이 때문에 강성 이미지를 벗고 중도층 지지를 확대하려는 이 대표의 계산이 깔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핵심 지지층을 넘어 중도층으로 지지를 확대하려는 이 대표 대권 플랜의 일환이란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최근 통화에서 “22대 국회에선 이 대표가 양보하고 타협하는 모습을 더 자주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정책 주도권을 잡고 수권정당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용하·신주영·손우성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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