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남 갈등 부르고 대북전단 살포 차단…북 ‘오물 풍선’은 ‘치고 빠지기’ 전략

곽희양 기자 2024. 6. 3.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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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 달성 판단 ‘잠정 중단’
대북 확성기 예고에 부담도
대북전단 재개 땐 긴장 고조

북한이 지난 2일 대남 오물 풍선 살포를 잠정 중단하겠다고 밝힌 데는 당초 기대한 목표를 달성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를 예고한 점도 북한에 부담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김강일 북한 국방성 부상(차관급)은 지난 2일 밤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한국 것들에게 널려진 휴지장들을 주어 담는 노릇이 얼마나 기분이 더럽고 많은 공력이 소비되는지 충분한 체험을 시켰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반응은 정부가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를 예고한 지 4시간여 만에 나왔다.

오물 풍선 살포의 잠정 중단을 결정한 가장 주요한 이유는 목표한 바를 달성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우리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중단을 두고 남남 갈등을 일으켜서 결과적으로 대북전단이 넘어오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애초 북한의 목표였다”며 “이를 위해 일종의 ‘치고 빠지기’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은 그들의 표현대로 ‘기분이 더럽고 많은 공력이 소비’되게끔 하는 데 성공했다”며 “이 갈등이 단시간에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호흡 조절’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를 의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북한이 반동사상문화배격법·청년교양보장법 등으로 외부 사상 유입을 차단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북 방송은 북한 군인들에게 심리적 동요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2017년 6월 중부전선을 넘어온 귀순자는 확성기 방송을 듣고 귀순을 결심했다고 말한 바 있다. 우리 군은 최전방 일반전초(GOP)에 고정용 확성기 24개와 차량 이동용 확성기 16개를 보유하고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오물 풍선 살포를 통해 ‘대북전단으로 북한 주민들의 심리적 동요를 일으키지 말라’는 경고를 한 것”이라면서 “잠정 중단은 확전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 중단은 남측 대응에 따른 조건부라는 점이다. 김 부상은 “한국 것들이 반공화국 삐라 살포를 재개하는 경우 발견되는 량과 건수에 따라 우리는 이미 경고한 대로 백 배의 휴지와 오물량을 다시 집중 살포하는 것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측에서 대북전단을 살포하면 북한의 오물 풍선 날리기도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곽희양 기자 huiy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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