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9 합의 효력 정지…안전핀 뽑힌 한반도
“남북 신뢰 회복 때까지 멈춰”
대북 확성기 재개 준비 작업
풍선 멈춘 북 “삐라 땐 다시”
정부는 남북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적대행위를 중지하기로 한 9·19 남북군사합의 전체 효력 정지를 추진한다고 3일 밝혔다.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기 위한 준비 작업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오물 풍선 살포에 대응하기 위해 북한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카드를 꺼내들면서 남북 군사적 긴장은 한층 고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안보실은 9·19 군사합의 전체의 효력을 정지하는 안건을 4일 국무회의에 상정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정지 시점은 ‘남북 간 상호 신뢰가 회복될 때’까지다. 정부는 이날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주재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실무조정회의에서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
안보실은 “최근 북한의 일련의 도발이 우리 국민에게 실제적인 피해와 위협을 가하는 상황에서, 이미 북한의 사실상 폐기선언에 의해 유명무실화된 9·19 군사합의가 우리 군의 대비태세에 많은 문제점을 초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고 밝혔다.
안보실은 효력 정지 조치는 “우리 법이 규정하는 절차에 따른 정당하고 합법적인 것”이라며 “그동안 9·19 군사합의에 의해 제약받아 온 군사분계선 일대의 군사훈련이 가능해지고 북한의 도발에 대한 우리의 보다 충분하고 즉각적인 조치를 가능하게 해 줄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대북 확성기 재개를 위한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를 위해 국회 동의 절차는 필요 없다고 설명했다. 9·19 군사합의는 국회 동의 없이 국무회의로 의결된 만큼 국무회의로 무효화시킬 수 있다. 또 남북관계발전법 24조가 구체적으로 대북 확성기 방송을 금지하고는 있지만 제25조 ‘벌칙’은 ‘남북합의서의 효력이 정지된 때에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다.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전날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북한이 감내하기 힘든 조치들에 착수하기로 했다”며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를 발표했다. 북한은 그 직후 오물 풍선 살포를 잠정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김강일 북한 국방성 부상은 전날 밤 조선중앙통신에 공개한 담화에서 “우리는 한국 것들에게 널려진 휴지장들을 주워 담는 노릇이 얼마나 기분이 더럽고 많은 공력이 소비되는지 충분한 체험을 시켰다”며 “국경 너머로 휴지장을 살포하는 행동을 잠정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한국이 반공화국 삐라 살포를 재개하는 경우 발견되는 량과 건수에 따라 우리는 이미 경고한 대로 백 배의 휴지와 오물량을 다시 집중 살포하는 것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대북전단 살포 자제를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인지를 묻자 “전단 등 살포 문제는 표현의 자유 보장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를 고려하여 접근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순봉·유설희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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