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온라인투표·공모 잇따른 ‘후폭풍’…엇박자 속 균형잡기 [밀착 취재]

오상도 2024. 6. 3.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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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여야정협치위원회 재가동-포럼 추진 등 가속
평화누리자치도 명칭·공공기관 온라인 투표는 ‘역풍’
김동연, SNS 방송 진화…“북부특별자치도 계속 추진”
정책사업 놓고 도민·도의회와 소통 역류…뒷말 무성
경제관료 특유 색깔 지우고, 정치색 강화 필요
‘협치’와 ‘소통’을 앞세운 민선 8기 경기도가 도민·의회와 소통하는 과정에서 잇따라 불협화음이 터져 나오며 ‘후폭풍’을 겪고 있다. 도정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여야정협치위원회 재가동과 분야별 포럼을 추진하는 등 발 빠른 움직임을 보여왔으나, 최근 주요 공약·정책사업의 여론 수렴 과정에서 시스템 허점을 노출하며 엇박자를 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달 1일 경기도북부청사에서 열린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새 이름 대국민 보고회에서 무용단이 공모전을 통해 선정된 새 이름 ‘평화누리특별자치도’를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3일 경기도의회 등에 따르면 매끄러운 일 처리를 보여주지 못한 대표적 사례는 경기북부특별자치도의 새 이름 공모였다. 도민이 아닌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공모에선 경기 북부와 상관없는 고령의 대구 시민이 제안한 ‘평화누리자치도’가 선정됐다.

지난달 1일 발표 직후 “명칭이 우스꽝스럽다”며 누리꾼을 중심으로 온라인에서 거센 반발이 일었고, “인구 소멸 시대에 행정력을 나눌 이유가 없다”며 아예 북자도 출범을 반대하는 도민 청원까지 등장했다. 이 청원에는 한 달간 도지사 답변 기준인 1만명을 훌쩍 넘긴 4만7804명이 동의했다.

결국 김 지사는 지난달 29일 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생방송에 출연, 3시간가량 진화에 나섰다. 그는 “(공모에서) 대상을 받은 명칭으로 확정된 건 아니고 국회 특별법 제정 때 (다시) 결정된다”며 “새 이름 공모는 북자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끌어내기 위한 차원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지난달 31일 내놓은 A4용지 3장 분량의 공식 답변에선 “북자도 분도는 북부지역 성장잠재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필요하다”며 강행 의사를 밝혔다. 이 같은 도지사의 도민 청원 답변은 민선 8기 출범 이후 9번째였으나, 성평등 조례 재의요구 등 대다수는 ‘미반영’ 혹은 ‘보류’된 상태다.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새이름 대국민 보고회 개최를 알리는 포스터. 경기도 제공
지난달 마감된 도 산하 4개 공공기관 대상의 ‘책임계약’ 온라인 투표(평가) 역시 “설익었다”는 평가를 들었다. 직원 200명 이상인 경기주택도시공사(GH), 경기신용보증재단, 경기문화재단,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이 진행하는 사업에 대해 도민 의견을 듣는다는 취지와 달리 중복투표, 직원·고객 동원 등으로 뒷말을 남겼다.

기관장이 도지사와 협의해 정한 목표 2∼3개를 놓고 도민 온라인 평가가 진행됐는데 여기에 무려 25%의 배점이 주어지면서 기관 간 과도한 경쟁을 불러왔다. 

4월16일부터 21일간 이어진 투표에선 기관별로 최대 21만여건(발송비용 650여만원)의 직원·고객 문자메시지가 남발됐다. 일부 기관은 투표를 독려한다며 투표 인증 직원을 대상으로 커피 선물권과 배달쿠폰을 지급했다. 투표 기간 한 사람에게 매일 1차례씩 총 21차례 중복투표가 허용된 데다, 우수 기관에 선정되면 직원 증원과 도지사 표창 등의 혜택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김동연 경기도지사(오른쪽)가 3일 국회 더불어민주당 대표실에서 이재명 대표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뉴스1
일부 기관은 공적 업무에서 취득한 개인정보를 문자 발송에 사용했고, 신용보증 등을 맡은 기관의 투표 독려는 심리적 압박을 줬을 것이란 비판이 나왔다. 유호준(더불어민주당) 도의원은 “시스템이 허술했고 인기투표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도 관계자는 “(온라인 투표 등) 과열된 점은 개선하고 참여는 좀 더 긍정적 방향으로 확대하겠다”고 설명했다.

마찬가지로 도는 경기국제공항 건설을 위한 도민참여 공론화 사업과 도의회와의 협치도 추진 중인데 여전히 동상이몽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동연 경기도지사(오른쪽)가 3일 더불어민주당을 방문해 경제3법 제·개정을 요청하고 있다. 뉴스1
경기국제공항 건설의 경우 외부 전문가가 참여한 공론조사위원회가 꾸려져 여론조사, 숙의토론 등이 진행됐으나 7월 결과보고서 작성을 앞둔 지금까지 윤곽이 거의 드러나지 않고 있다. 도의회 야당인 국민의힘과의 협치 노력도 한 때 궤도에 올랐으나, 야당이 도지사를 겨냥해 ‘불통’이라고 공격하며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도는 올 하반기 도의회 2기 집행부가 들어서면 여야정협치위원회를 재정비할 방침이다.
이처럼 민선 8기 경기도는 출범 이후 유난히 소통과 협치를 강조했으나 뚜렷한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서 우려를 키우고 있다. 도 안팎에선 경제 관료 출신인 김 지사의 민관협치 노력과 국회·도의회·시민단체와의 접점 찾기가 가시화하기 위해선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경제 관료 특유의 색깔을 지우고 정치색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경기도 광교 청사
한편 김 지사는 이날 국회를 찾아 이른바 ‘경제3법’ 제·개정을 요청하는 등 다시 전방위 행보에 나섰다. 그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를 만나 도 현안과 관련된 법안 입안과 손질을 부탁했다.

경제 3법은 반도체 특별법 제정,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3법 제·개정, 북자도 설치 특별법 제정을 일컫는다. 특히 이 대표와는 예정에 없이 당 대표실에서 만나 비공개로 약 20분간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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