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등 감독의 아픔’ 씻으리…한화 맡은 노장의 출사표

배재흥 기자 2024. 6. 3.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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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문, 6년 만의 프로 복귀
‘등번호 74’…주황색 유니폼에 새긴 행운(7)과 액운(4) 한화 새 사령탑으로 선임된 김경문 감독(오른쪽)이 3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박종태 대표이사가 입혀주는 유니폼을 걸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목표는 승률 5할대로 올려
포스트시즌 진출하는 데 초점”
“나이 있는 베테랑 기용 늘릴 것”

프로야구 한화 새 사령탑 김경문 감독(66)은 역대 KBO리그 지도자 중 6번째로 많이 승리한 명장이다.

두산과 NC에서 총 1700경기를 지휘해 896승30무774패를 기록했다. 그러나 가혹할 정도로 한국시리즈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두산에서 세 차례(2005·2007·2008년), NC에서 한 차례(2016년)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지만 모두 준우승에 머물렀다.

김 감독은 2018년 6월 NC 지휘봉을 내려놓은 뒤 오랜 기간 리그 현장을 떠나 있었다. 2021년 야구대표팀을 이끌고 출전한 도쿄 올림픽에서 ‘노메달’에 그친 뒤 더욱 멀어졌다. 그사이 리그 사령탑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었다.

한화는 지난 5월27일, 취임 1년밖에 되지 않은 최원호 감독을 경질했다. 이렇게 된 이상 올해 반드시 가을야구에 진출해야 하게 됐다. 엿새 만에 한화는 김 감독과 3년, 총액 20억원(계약금 5억원, 연봉 15억원)에 계약했다.

한화 새 사령탑 김경문 감독(가운데)이 3일 취임식을 갖고 류현진(왼쪽), 채은성과 같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대전 | 연합뉴스

한화는 김 감독의 풍부한 경험에 주목했다. 그리고 김 감독에게는 우승의 한을 풀 마지막 기회가 주어졌다.

김 감독은 3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등번호 ‘74’가 새겨진 주황색 유니폼을 입고 우승 포부를 밝혔다. 김 감독은 “현장을 떠나 있는 동안 많은 생각이 들었다. 잘했던 기억보단 아쉬운 부분이 많이 떠올랐다”며 “2등 감독이라는 것이 나 자신에게 아픔이었다. 한화와는 꼭 우승하고 싶다”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올해 우승은 어렵다. 한화는 24승1무32패(승률 0.429)로 8위다. 김 감독은 “제가 지금까지 해온 야구와 한화의 장점을 잘 섞어서 남은 시즌을 운영할 계획”이라며 “올해는 승률 5할을 맞추는 것이 먼저다. 일단 포스트시즌 진출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목표를 설정했다.

시즌 도중 취임하게 된 터라 당장 코치진이나 선수단에 급격한 변화를 주진 않을 생각이다.

그는 “선수단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게 현 코치진이다. 변화를 통해 선수들을 동요시키고 싶진 않다”며 “트레이드도 조건이 맞으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지금 언급하기에는 빠르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선수 기용 방식은 기존과 달라질 가능성을 내비쳤다. 비시즌 류현진과 안치홍 등 베테랑 선수를 대거 영입했지만 지난 3년간 리빌딩을 강조해왔던 한화는 가을야구를 목표로 한 올해도 그 연장선상에서 젊은 선수들에 비중을 두고 엔트리와 라인업을 꾸려왔다. 김 감독은 “이제 87경기가 남았는데, 앞으로는 젊은 선수보다 나이가 좀 있는 선수들을 더 기용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조심스럽게 이야기했다.

젊은 선수들의 잠재력은 높이 평가했다. 특히 문동주, 황준서 등 젊은 투수진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했다.

김 감독은 “젊고 좋은 투수가 많다는 것은 한화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서 “그 투수들을 바탕으로 팀을 더 강하게 만들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한화를 ‘진짜 강팀’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프로 현장 복귀는 6년 만이다. 유니폼을 입으니 실감이 나는 것 같다”며 “한화가 진짜 강팀, 상대가 두려워하는 팀이 될 수 있도록 코치진, 선수단과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 감독은 4일 수원 KT전부터 한화와 함께 미래의 ‘우승’을 향해 출발한다.

대전 |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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