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다…한국인 없는 ‘US여자오픈 톱10’
1998년 박세리 ‘맨발투혼’ 이후
11번 우승했는데 올해는 ‘부진’
올림픽 엔트리도 아직은 2명뿐
한국 여자골프가 US여자오픈에서 한 명도 톱10에 들지 못하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1998년 박세리 우승 이후 11번이나 우승컵을 들었던 US여자오픈에서 26년 만에 받아든 충격적인 결과다.
3일 미국 랭커스터의 랭커스터CC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시즌 두 번째 메이저대회 US여자오픈에서 김효주와 임진희가 공동 12위(4오버파 284타)로 마쳐 한국선수 중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전날 공동 6위로 선전하던 신인 임진희가 마지막 두 홀에서 연속 보기를 범하고 10위 밖으로 밀려나면서 한국은 한 명도 톱10에 들지 못했다. 일본은 유카 사소와 시부노 히나코가 1, 2위를 차지하고 톱10에 5명이 포진해 초강세를 보였다.
US여자오픈은 한국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는 대회다. 1998년 신인 박세리가 LPGA 챔피언십에 이어 US여자오픈에서 ‘맨발투혼’을 보이며 우승한 이후 김주연, 박인비(2회), 지은희, 유소연, 최나연, 전인지, 박성현, 이정은6, 김아림이 트로피를 들었고 우승하지 못한 해에도 매년 한국선수들이 우승경쟁에 가세한 ‘약속의 대회’였다.
올해 한국선수 20명이 출전했으나 김세영, 최혜진, 양희영 등 6명이 기권 또는 컷탈락으로 물러났고 세계 7위 고진영(공동 29위)을 비롯한 간판선수들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소속으로 처음 US오픈에 나간 김민별(공동 26위), 김수지(공동 29위), 박현경(공동 39위)이 세계 1위 넬리 코르다(미국)도 컷탈락한 어려운 코스에서 본선에 진출해 주말까지 선전한 것이 위안거리였다.
올해 LPGA 투어에서 한국선수들은 13개 대회를 치르고도 우승하지 못했다. 2014년 박인비가 14번째 대회에서 한국선수 첫 우승을 거둔 이후 시즌 10승을 합작했지만 올해는 그때 같은 극적 반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현재의 페이스라면 2011년 한국선수 역대 최소 승수인 3승도 넘기 어려워 보인다.
한국 간판선수들의 부진한 흐름에 다음달 개막하는 파리 올림픽 전망도 어두워졌다. 시즌 세 번째 메이저대회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이 끝나는 오는 24일자 랭킹까지 큰 변화가 없다면 한국선수 1, 2위인 고진영과 김효주가 올림픽에 나가게 되는데 이들의 경기력이 영 미덥지 않다. 둘은 올해 LPGA 투어에서 두 차례씩 톱10에 진입했으나 우승경쟁을 벌이진 못했다.
골프가 올림픽에서 100여년 만에 부활한 2016 리우 올림픽과 2020 도쿄 올림픽(2021년 개최)에 최대 4명의 국가대표를 꽉 채워 출전시켰던 한국 여자골프의 강세를 이번엔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엔트리 결정 마감까지 앞으로 남은 3개 대회에서 우승하고 15위 안으로 진입하는 선수가 나온다면 고진영, 김효주와 동반 출전을 할 수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ero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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