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원·이충상, 인권위 직원들에 ‘엄포’ 경쟁…정보공개에 “배후 있다”
“유출 경위 조사해 배후 밝혀야” 위협적 발언
3일 오후 열린 인권위 전원위원회에서 김용원·이충상 상임위원은 군인권센터가 지난달 22일 박정훈 대령 피해구제 진정 사건 조사결과보고서를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은 뒤 공개한 일과 관련해 “경위를 조사하고 배후를 밝혀야 한다”고 격한 어조로 말했다. 인권위 직원들이 불법적인 일을 한 것처럼 단정하는 표현을 했고 처벌이라도 할듯 엄포를 놓았다. 위원장 교체를 앞두고 상임위원인 두 사람이 윤 대통령에게 충성 경쟁을 한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김용원 위원은 이날 “우리나라 정보공개 판례에 비치면 (조사결과보고서는) 도저히 공개되면 안되는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버젓이 공개됐냐”고 했다. 그러나 인권위 대외공식창구인 홍보협력과는 5월23일 해당 정보공개와 관련해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정보공개법) 등 관계 법령에 따라 적법하게 처리되었다”고 밝혔다. 이날 남규선 상임위원도 “피진정인의 개인정보만 아니면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 최근 몇년 사이 (공공기관) 정보공개의 흐름이자 원칙”이라고 말했다.
앞서 인권단체인 군인권센터는 지난 5월22일 “인권위 군인권보호국이 올해 1월 “박정훈 대령 항명 혐의 기소는 부당하다”는 의견으로 군인권보호위원회(군인권소위)에 상정한 조사결과보고서를 날치기로 기각했다”며 김용원 군인권보호관 겸 상임위원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수사의뢰한 바 있다. 김용원 위원은 3명의 위원 중 1명만 반대해도 해당 진정이 자동기각된다는 본인 해석에 따라 원민경 위원의 인용 의견을 무시하고 위법하게 조사보고서를 기각 의결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런데 기각한 조사결과보고서와 소위 회의록이 공개되자 개인 명의의 성명을 낸데 이어 전원위에서도 이를 성토하면서 직원들을 겁준 것이다.
김용원 위원은 이어 “조사결과보고서 뿐 아니라 2023년 12월과 2024년 1월의 회의록도 끼워넣기로 공개됐다”면서 유출자를 징계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고, 이충상·한석훈 위원도 여기에 동조했다. “특정 인권단체하고 매치가 잘 돼가지고 상부상조하면서 탈법적이고 불법적인 일을 하고 있다”고까지 했다. 하지만 군인권센터의 애초 자료요청 목록에는 “조사기록목록표, 조사결과보고서, 조사기록 일체”가 포함돼 있었다. 군인권소위 회의록도 ‘조사기록 일체’에 포함된다.
송두환 위원장은 “조사결과보고서가 공개된 경위를 조사해 다음 전원위 안건으로 올려달라”는 이들 요구와 관련해 박진 사무총장에게 “다음번 전원위 때 설명자료가 가능하겠냐”고 물었다. 박진 사무총장은 “그렇게 하겠다. 다만 (조사결과보고서 공개) 과정에서 위법이 있을 리 없고 ‘위법 끼워넣기’는 적절한 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징계 운운 발언은 강력하게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충상 상임위원도 김 위원에 못지 않았다. 이 위원은 이날 뜬금없이 박원순 전 서울 시장을 언급했다. 인권위가 보고서를 공개한 것을, 원색적인 단어까지 써가며 박 시장에 대한 보도에 빗댄 것이다. 굳이 필요하지도 적절치도 않은 이 상임위원의 비유는 앞서 지난해 4월에도 있었다. 이 상임위원은 당시 “해병대 훈련병에게 짧은 머리를 유지하도록 강요하는 것이 인권침해에 해당한다는 것을 군이 신병에게 알리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권고안에 반대하며 쓴 의견서에 “자의로 기저귀를 차며 성관계를 하는 남성 동성애자” 운운하는 예를 들었다가 혐오표현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3일 한겨레에 “김용원 이충상 두 사람은 임명권자인 윤석열 대통령 눈에 띄고자 각자의 방식으로 정권 입맛에 맞게 각종 인권침해와 차별 사건들을 기각 내지 각하 시키고 있고, 사실상 인권위 업무를 방해 내지는 마비시켜 윤 정권에 충성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송두환 위원장의 임기는 8월까지며 곧 위원장 후보추천위가 구성될 예정이다.
이날 전원위에서 김용원·이충상 위원은 송두환 위원장이 유엔 고문방지위원회 제출기한(6월10일)이 얼마 남지 않은 고문방지협약 독립보고서 건을 먼저 심의하려 하자 ‘소위원회에서 의견불일치때의 처리에 관하여’를 먼저 해야 한다고 주장해 의견대립이 이어지면서 회의가 지연됐다. 김용원·이충상 위원은 박정훈 대령 피해구제 건을 소위에서 위법하게 기각시켰다는 비난을 의식했는지 이날 소위 의결방식부터 심의해 표결로라도 의결하자고 주장했다. 결국 송두환 위원장은 딱 1시간만 논의한다는 조건 아래 소위 의결방식을 먼저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 자리에서 김용직 위원은 “당장 표결에 부치는 건 적절하지 않다. 폐해가 없도록 소위 운영을 어떻게 할지 건설적 방향을 논의하자”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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