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땐 드럼 한통 발견 해프닝…이번엔 진짜면 좋겠네예”

포항 영일만에 위치한 여남마을 주민 김용득(75)씨가 막대한 양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영일만을 가리키고 있다. [사진 = 우성덕 기자]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부터 포항 앞바다에 석유가 매장돼 있었다고 카던데. 이번에는 진짜였으면 좋겠네예”

3일 경북 포항 영일만에 위치한 여남마을에서 만난 주민 김용득(75)씨는 영일만 앞바다를 바라보면서 이렇게 말했다. 최대 140억 배럴에 달하는 석유와 천연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기대가 가득한 표정이었다. 여남마을 발전위원회 사무국장으로 활동 중인 김 씨는 “이게 사실이면 포항도 살고 대한민국도 사는 거 아니냐”며 “포항은 예전부터 천연가스가 종종 발견된 일도 있었지만 경제성이 없어서 제대로 개발되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진짜 개발됐으면 한다”고 거듭 기대감을 표현했다.

포항 주민들은 “포항에 석유가 발견됐다”는 소식에 들떴다가 결국 해프닝으로 끝나면서 실망한 집단 기억이 있다. 포항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주민 김철용(65)씨도 “내가 중학교 때도 포항에 석유가 발견됐다는 소식에 포항이 한 번 뒤집어지고 온 동네마다 그런 얘기를 했던 기억이 난다”며 “오늘도 아침부터 뉴스를 보고 깜짝 놀랐는데 이번에는 정말 석유나 가스가 발견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포항은 과거에 석유와 가스와 관련해 주목받은 일이 여러 차례 있었다. 포항지역 지하층은 신생대 3기층으로 유기물과 바다 생물이 널리 분포해 전문가들 사이에서 천연가스나 석유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포항 영일만 해상스카이워크에서 바라본 포항제철소 모습.(사진-우성덕 기자)

대표적인 사례가 박정희 정부 시절인 1975년 ‘석유 발견’ 해프닝이다. 당시 정부는 포항시 인근 해역을 석유 탐사 작업 최종 후보지로 결정하고 1975년 시추에 착수했고 그 해 12월 화강암층을 뚫고 1475m 지점을 지나자 시추공 한 곳에서 검은 액체를 발견했다. 당시 흘러나온 검은 액체의 양은 드럼 한 통(200ℓ) 정도였고 검은 액체는 정부에 ‘원유 샘플’로 보고됐다. 이후 박정희 정부는 다음해인 1976년 1월 기자회견을 통해 “포항에서 석유가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결국 원유가 아닌 것으로 판명돼 큰 실망감을 안겼다. 원유는 휘발유·등유·경유·중유와 가스 등이 섞여 있어야 했지만 해당 액체에는 경유만 비정상적으로 많았던 것이다. 당시 발견 지점 인근에서도 더 이상 원유로 추정할 수 있는 물질이 발견되지 않아 결국 ‘석유 발견’은 백일몽으로 끝났다.

1988년에는 포항 북구 흥해읍 성곡리 주택 마당에서 천연가스가 발견됐다. 당시 지하수를 얻으려고 땅을 뚫던 집주인이 탄산수처럼 올라오는 물이 이상하다 여겨 전문기관에 조사를 의뢰했고 마당 밑에 천연가스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집 주인은 밸브를 설치하고 가스 버너를 연결해 취사용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2017년 3월 남구 대잠동 철길숲 공원 조성지에서 지하수 개발을 위해 지하 200ｍ까지 관정을 파던 중 땅속에서 천연가스가 나와 굴착기에 불이 붙는 일이 있었다. 이 불은 7년이 지난 지금도 타오르고 있다. 불이 꺼지지 않자 포항시는 이곳 주변에 방화유리를 설치해 ‘불의 정원’이란 이름의 공원으로 꾸몄다. 이곳 지하에는 메탄이 주성분인 천연가스가 매장된 것으로 확인됐지만 경제성은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추정 매장량은 약 3만t으로 50만 포항 시민이 한 달간 쓸 수 있는 양이다. 2020년 말에도 포항 북구 득량동 철길숲 시민광장 조성 예정지에서 천연가스 매장지를 추가로 발견했지만 경제성이 낮은 것으로 판명됐다.

하지만 이날 윤 대통령이 직접 브리핑까지 하며 큰 기대감을 보인 만큼 이번에는 상업 개발이 가능한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포항시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이번 발표는 자원빈국인 대한민국에 매우 경사스러운 일이며 온 국민과 함께 기뻐할 일”이라며 “포항이 미래 자원 확보의 전진기지가 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탐사, 시추 등 향후 진행이 순조롭게 이뤄지길 기대하며 경북도에서도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해서 대한민국이 산유국으로서 우뚝 서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