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광장] 행정부가 국민연금 개혁안 내놓아야

파이낸셜뉴스 2024. 6. 3.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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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21대 국회는 끝내 국민연금 개혁에 합의하지 못했다. 여야는 보험료율을 13%로 올리기로 합의했지만 소득대체율에서 여(43%)와 야(45%) 간에 입장 차이가 있었다. 이에 이재명 대표가 소득대체율 44%를 전격 제안했지만 여권에서 이를 거부했다. 대통령실은 모수개혁 외에 구조개혁도 필요하므로 22대 국회에서 청년 의견을 반영해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보험료율 13%와 소득대체율 44%는 연금고갈 시기를 8년 남짓 늦출 뿐이다. 소득대체율 44%를 위해선 보험료율이 13%가 아니라 21.8%는 되어야 수지균형이 맞는다. 기초연금 등 구조개혁 과제도 해결되지 않았다. 이를 모두 포함하는 근본적인 개혁을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여권의 합의 거부는 아쉬움을 남긴다. 상대의 최종 제안은 목표가 아니라 합의 결렬 시 상황(BATNA)과 비교해야 한다. 상대 제안이 목표에는 미달하지만 합의 결렬보다는 낫다면 수용돼야 한다. 이때 합의 결렬 시 상황은 '22대 국회에서 재논의'이다. 그 결과는 무엇일까? 모수개혁이 나아지고 구조개혁에 합의될까? 만약 여권이 지난 총선에서 승리했다면 논의를 22대 국회로 미루는 것이 나을 것이다. 그러나 22대 국회는 21대보다 오히려 여권에 더 불리하다. 22대 국회가 13%-44%안에 비해 재정건전성이 강화된 모수개혁에 합의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구조개혁 합의는 더욱 어려울 것이다.

한편 13%-44%안은 지금보다는 연금재정에 도움이 된다. 특히 9%에서 13%로의 보험료 인상이 중요하다. 인구 많은 50대가 하루라도 더 13%를 내야 한다. 2023년의 연령대별 구성비율을 보면 50대가 16.9%로 가장 높다. 하루가 늦어지면 그만큼 50대가 은퇴하므로 연금재정에 손해이다.

물론 모수개혁에 합의하면 구조개혁의 동력이 떨어진다는 우려는 있다. 그러나 대통령실이 이렇게 구조개혁을 중시하는데 동력이 사라질 걱정은 없지 않은가. 이렇게 보면 이재명 대표 제안을 받는 것이 합의를 결렬시키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된다.

사실 구조개혁을 중시하는 대통령실의 입장은 진작 국회에 전달이 되었어야 했다. 국회연금특위 공론화위원회가 소득보장안(1안)과 재정안정안(2안)을 논의하던 올 3월 초가 마지막 기회였다. 두 안 모두에 구조개혁은 없었다. 모수개혁 측면에서 2안마저도 보험료율 12%와 소득대체율 40%로서 재정안정 효과가 미흡했다. 이는 연금특위 민간자문위원회의 15%-40%에도 미치지 못했다. 대통령실은 두 안에 모두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의사를 3월 초 국회에 전달했어야 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아무 말이 없이 국회 논의를 존중하는 듯했다. 그러다 막상 13%-44%가 최종안으로 떠오르고 나서야 합의를 거부했다. 그러니 구조개혁을 강조하는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이재명 대표의 제안이 정치적 의도를 담고 있어 대통령실이 합의를 거부했다는 해석이 힘을 얻는 것은 그 때문이다.

그러나 대통령실의 합의 거부에 대한 평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행정부가 적극적 역할을 한다면 해피엔딩도 기대할 수 있다. 정부에는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제시할 책무가 있으나 작년 10월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 국회에 맡기는 것으로 했었다. 그러나 이제 국회에 맡기기엔 시간이 많지 않다. 그간 약 2년 동안 국회연금특위가 가동되었으나 구조개혁에 대해선 대안 도출도 못했었다. 2026년 지방선거와 2027년 대선이 다가오고 있어 22대 국회에 길어야 1년 반의 시간이 연금개혁에 주어진 셈이다. 복지부가 조속히 구조개혁 방안을 만들어 연내 국회에서 논의를 시작하기 바란다. 모수개혁은 13%-44%로 합의되었다고 치고 추가로 가입기간 확대 방안을 포함하길 바란다. 이제 행정부가 일을 할 때다.

박진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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