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시선] 22대 국회, AI기본법부터 서둘러야

김홍재 2024. 6. 3. 20:0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홍재 정보미디어부장 산업부문장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하루가 다르게 기술발전이 이뤄지고, 서울에서 AI 정상회의까지 개최됐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AI 기본법조차 없다."

최근 만난 업계 관계자들의 자조 섞인 푸념은 우리나라의 AI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었다. 유럽연합(EU), 미국, 중국, 일본 등 세계 각국이 AI 관련 법제화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우리나라만 AI 기본법이 지난해 2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하고도 1년 넘게 방치되다 결국 21대 국회가 끝나면서 자동 폐기됐다.

AI 기본법의 정확한 이름은 '인공지능산업 육성 및 신뢰 확보에 관한 법률'로 말 그대로 AI 산업 육성과 피해를 예방하기 가장 기본적인 법이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최근 "AI 기본법 제정은 AI 일상화 시대에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데 필수적"이라며 "AI 기본법이 통과돼야 딥 보이스 스미싱 범죄자를 처벌하는 시행령 제정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AI 기본법이 제정되고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나와야 관련 기업들은 기술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투자를 받을 수 있다. 법 제도가 없는 상황에서의 기술개발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개발한 기술은 향후 관련 법 제도가 마련됐을 때 폐기되거나 보완해야 하는 등의 리스크를 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글로벌 AI 기업들과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법 제정이 늦어질수록 국내 AI 기업들의 경쟁력은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 법적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네이버, 카카오, SK커뮤니케이션 등이 4·10 총선에서 악의적 선거 딥페이크 방지를 위한 공동선언을 채택하기도 했지만 제도 공백의 허점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AI 기본법 제정을 22대 국회에서 서둘러야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지난 총선에서 AI 관련 공약을 보면 여야의 입장 차이가 크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AI 기술개발과 핵심인재 양성, 학습용 데이터 확충, AI 반도체 글로벌 경쟁력 제고, 국민 체감이 높은 분야에 AI 확산 등을, 더불어민주당도 AI 기술 인재 양성, AI 기술 중심의 전문 벤처 스타트업 활성화, AI 기술 구현의 핵심요소인 데이터 활용 기반 조성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문제는 국내 AI 산업의 육성과 피해 예방을 위한 규제의 형평성을 어떻게 맞추느냐는 것이다. 실제로 21대 국회 과방위 법안소위에서 의결된 AI 기본법이 통과되지 못한 이유는 11조 '우선허용, 사후규제' 원칙 때문이었다. 이는 국내 AI 경쟁력이 빅테크에 뒤지는 상황에서 AI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누구나 AI 관련 제품 및 서비스를 출시할 수 있고, 국민의 생명·안전·권익에 위해되는 경우가 아니면 AI 기술개발을 제한하면 안 된다는 취지를 담았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이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포기한 것이라고 비판한 데 이어 국가인권위원회도 AI가 무분별하게 개발, 활용될 경우 기본권 침해 등 예상치 못한 위험이 나타날 수 있고 사전평가 없이 개발된 AI가 국제 경쟁력 저하는 물론 기술 신뢰성까지 떨어뜨릴 수 있다며 반대했다.

세계 최초로 AI 규제 법을 최종 승인한 EU의 경우 AI 위험도를 네 단계로 나눠 차등 규제하는 것을 골자로, 일부 AI 기술은 EU 회원국 내에서 사용을 금지하고 법을 위반할 경우 최대 3500만유로(약 52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할수 있도록 했다. 글로벌 AI 기업들이 대부분 미국 기업이라는 점에서 규제에 방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미래 먹거리로 AI 산업을 육성해야 하는 우리의 상황은 EU와는 다르다. AI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진흥과 규제를 아우르는 법 제도가 필요하다. 국내 AI 기업을 육성하고 국민의 안전도 지켜야 하는 상황에서 EU를 벤치마킹하기보다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22대 국회의 현명한 결단을 기대해 본다.

hjkim@fnnews.com

Copyright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