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확성기’ 걸림돌 치웠다…9·19 합의 마지막 기능도 폐기

권혁철 기자 2024. 6. 3.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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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이 3일 9·19 남북군사합의(9·19 군사합의) 전체 효력 정지 방침을 밝혔지만, 이 합의는 이미 대부분 사문화됐다.

2022년 5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남북이 '강 대 강'으로 맞서면서 남북이 해상완충구역에서 사격을 하는 등 9·19 군사합의가 효력을 잃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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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북쪽 초소에서 북한군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실이 3일 9·19 남북군사합의(9·19 군사합의) 전체 효력 정지 방침을 밝혔지만, 이 합의는 이미 대부분 사문화됐다. 현재 남아 있는 유의미한 합의는 지상 적대행위 중지, 서해 해상완충구역 해상기동훈련 금지 정도다. 그럼에도 정부가 군사합의 전체 효력 정지에 나선 것은 대북 확성기 방송을 필요시 재개할 제도적 근거를 마련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남북은 2018년 9월 이 합의 체결 뒤 그해 12월까지 9·19 군사합의 후속 조처들을 활발히 추진했다. 상호 적대행위 중지, 비무장지대(DMZ) 감시초소(GP) 시범 철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 한강하구 남북공동수로조사, 중부전선 화살머리 고지 남북공동유해발굴지역 내 도로 개설 등이 이뤄졌다.

순항하던 합의 이행은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뒤 추진력을 잃고 제자리를 맴돌았다. 2022년 5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남북이 ‘강 대 강’으로 맞서면서 남북이 해상완충구역에서 사격을 하는 등 9·19 군사합의가 효력을 잃기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 이후 11월22일 한국이 9·19 군사합의 비행금지구역 효력을 정지하자 다음날인 11월23일 북한은 9·19 군사합의에 구속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남북은 비무장지대 감시초소 복원, 공동경비구역 재무장화에 나섰다.

이에 따라 정부의 전면 효력 정지 결정으로 영향을 받을 합의 내용으로는 △지상 총 10㎞(군사분계선 기준 남북으로 각각 5㎞)의 완충구역에서 포병사격 및 연대급 이상 야외기동훈련 중지 △해상완충구역 내 해상기동훈련 중지가 꼽힌다. 북한은 지난달 26일 발표한 ‘김강일 국방성 부상(차관) 담화’에서 “어느 순간 수상·수중에서 자위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고 경고해 해상완충구역이 사라지면 서해 북방한계선(NLL) 주변 충돌 가능성이 높아진다.

정부는 9·19 군사합의 전체 효력 정지를 통해,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를 위한 여건을 갖춰두려는 것으로 보인다. 확성기 방송 중단은 2018년 4월27일 ‘판문점 선언’에 명시돼 있고, 9·19 군사합의에는 직접 언급은 없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9·19 군사합의상 ‘적대행위’에는 확성기 방송 개념이 들어가 있다”며 “(군사합의를 효력 정지하는 것은) 우선 제도적인 장벽을 정리해놓는 것이고, 다음 조처는 결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 바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지는 않고 북한의 추가 행동을 봐서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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