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아내까지?” 끝나면 다 쓰레기인데…선거운동복 이렇게 많이 맞춰야 해? [지구, 뭐래?]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굳이 남편, 아내 선거운동복까지?”
제22대 국회가 지난달 30일 개원하기까지 어마어마한 일회용 선거 쓰레기가 발생했다. 야구점퍼, 바람막이, 모자, 장갑, 어깨띠 등 선거용 소품들도 그중 하나다. 이 소품들은 공식 선거운동 기간 중에만 사용할 수 있다. 올해 국회의원 선거의 경우 13일이다.
고작 13일 사용하려 제작된 선거운동복만 3만 벌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정당명은 물론 후보의 이름과 기호, 심지어 누군가의 아내, 남편, 아들, 딸까지 새겨 넣은 옷들은 선거가 끝나면 다시 입기 어렵다.
이같은 ‘맞춤’ 선거운동복을 입는 사례는 전세계적으로도 많지 않다. 국내에서도 선거 때마다 기존의 선거운동복을 입을 수 있도록 기호나 후보 이름 등을 넣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일회용 선거운동복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비영리스타트업 ‘웨어마이폴’에 따르면 제22대국회의원 선거에서 만들고 버려진 선거운동복은 3만2593벌으로 추산된다.
이는 선거운동복을 입을 수 있는 인원을 기반으로 한 수치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후보와 후보의 가족 1명, 선거사무장과 선거사무원만 후보의 사진·이름·기호 및 소속 정당명 등을 기재한 윗옷과 어깨띠, 마스크나 장갑, 모자 등의 소품을 입거나 지닐 수 있다.
이번 제22대 국회의원선거에 등록된 후보는 693명. 선거사무원은 선거구 내 읍·면·동수의 3배수에 5를 더한 수 이내로 둘 수 있다.
가령 서울 선거구 내에 동이 17개로 가장 많은 종로구의 경우 후보자와 후보자 가족, 선거사무장 외에 선거사무원을 56명까지 둘 수 있다. 종로구에 출마한 후보 캠프에서 선거운동복을 입을 수 있는 인원은 최대 59명인 셈이다.
그러나 실제 제작된 선거용 소품들은 이를 착용할 수 있는 인원 이상으로 제작된 경우가 많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비용 보전청구 증빙자료에 따르면 서울 48개 선거구의 후보들이 제작한 선거운동복(야구점퍼, 바람막이, 패딩, 티셔츠 등)은 5464벌이었다. 후보 당 평균 56.9벌 제작한 셈이다.
종로구에 출마한 최재형 국민의힘 후보는 윗옷을 87벌, 모자 80개, 장갑 130개를 제작했다. 선거운동복을 입을 수 있는 인원(59명)을 훨씬 웃돌 만큼 선거용 소품을 제작했다.
선거구 내에 7개 동이 있는 서울구로구을에 출마한 후보들도 필요 이상으로 많은 선거용 소품을 맞췄다. 서울구로구을에 출마한 후보 캠프에서 선거운동복을 입을 수 있는 인원은 최대 29명이다.
태영호 국민의힘 후보는 선거운동복으로 바람막이 55벌과 야구점퍼 2벌의 비용을 선관위에 청구했다. 윤건영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윗옷 50벌, 바람막이 53벌, 패딩 1벌 등 선거운동복 104벌을 제작했다.
선거운동복이 남아돌도록 제작하는 이유는, 선거운동 기간 누가 어떤 옷을 입을지 모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최재엽 웨어마이폴 운영위원장은 “선거운동기간에 임박해서 공천이 확정된 후보들은 선거운동복 등 소품을 급히 제작하다 보니 선거사무원의 치수 등을 파악하지 못하고 수량을 여유있게 주문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선거운동 기간 13일만 입거나, 심지어 입지도 않은 새 선거운동복들은 그대로 버려질 가능성이 크다. 재활용하기가 매우 까다로워서다. 옷 자체가 혼방 섬유인 경우가 많은 데다 옷에 그려 넣은 문구 등을 분리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웨어마이폴이 지난 4월 10일부터 30일까지 17개 후보 캠프의 선거운동복 412벌을 확보해 재질을 분석한 결과, 선거운동복의 재질은 폴리에스테르, 면, 또는 T/C 등으로 나타났다. T/C는 폴리에스테르 65%에 면 35%을 섞은 혼방 섬유다.
최재엽 웨어마이폴 운영위원장은 “혼방 원단을 폴리에스테르와 면 등 원재료로 되돌리기 힘들다”며 “문구와 숫자도 150도 고열로 옷에 고정을 시키는 과정에서 변형이 일어나 떼어낼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옷 자체가 재활용이 극히 어렵다 보니, 최선은 재사용이다. 즉, 이번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입었던 선거운동복을 제23대, 제24대 국회의원선거에서도 입을 수 있도록 제작하자는 이야기다.
이를 위해서는 선거 결과에 따라 매 선거마다 바뀌는 기호를 선거운동복에서 빼야 한다. 또 당 내에서 치수만 맞으면 누구나 돌려 입을 수 있도록 선거구와 후보 이름 등도 넣지 않으면 된다.
이름과 기호까지 새겨 넣은 일회용 선거운동복을 입는 사례는 전세계적으로도 극히 드물다. 대부분 국가의 후보들은 정장 차림에 어깨띠를 두르거나 피켓을 드는 걸로 선거운동복을 대신한다.
단체 선거운동복을 입는 문화는 아시아권에서 두드러지는데, 태국이나 캄보디아 등도 정당명과 기호까지만 기입한 선거운동복을 입는다고 한다. 우리와 유사하게 매 선거마다 선거운동복을 맞추는 나라는 대만 정도다.
최재엽 웨어마이폴 운영위원장은 “우리나라에서 유독 일회용 선거용 소품이 과다 생산 및 사용된다”며 “이번에 버려진 선거운동복 등을 업사이클해 국회의원들이 다시 구입하도록 하는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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