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사직서 허용·9월 의사국시… 의정갈등 ‘출구’ 카드 되나

조희연 2024. 6. 3.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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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공백 장기화 속 변수로
정부, 이탈 전공의 설득 유리 판단
국시 일정 확정 사태 일단락 의지
의협, 총파업 등 정부 투쟁안 논의
9일쯤 파업 여부·시기 등 확정키로
정부 “개원의 불법 행위 엄정 조치”

정부가 전공의들의 사직서 수리를 검토하고 있다. 의대 증원에 반발해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의 의료현장 복귀에서 나아가 사직을 허용해 사태를 일단락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7월부터 접수를 시작하는 의사 국가시험, 개원의 총파업 여부와 함께 100일 넘게 이어지고 있는 의·정 갈등의 변수가 되고 있다.

◆해결카드로 등장한 ‘사직’과 ‘국시’

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3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전공의 사직 허용 검토 이유에 대해 “정부가 비상 상황하에서 계속 진료를 유지하기 위해서 사직서 수리 금지명령을 내렸는데, 병원장들이 사직서 처리 권한을 가지고 있으면 전공의들을 복귀시키는 노력을 할 수 있다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의대 정원 확정에도… 계속되는 의대생 수업 거부 정부가 2024년 의사 국가시험을 예년과 동일한 시기에 치르겠다며 ‘복귀 압박’에 나선 3일 서울의 한 의과대학 강의실이 텅 비어 있다. 지난 5월 대학별 모집요강 발표로 2025년 의대 신입생을 확대 모집하기 위한 절차가 마무리됐지만 이에 반대하는 의대생의 집단 수업 거부는 계속되고 있다. 뉴스1
정부가 병원장들에 사직서 수리 권한을 부여하면 병원장들이 직접 전공의를 설득해 복귀시킬 계획이라는 설명이지만, 이미 수련병원 복귀를 포기한 전공의가 상당수라는 점에서, 오히려 사태 마무리 카드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수도권 수련병원장은 “의대 정원이 이미 확정된 상황에서 어차피 돌아오지 않을 전공의들은 오지 않을 것이고, 일부 전공의들은 잘 설득해 마음을 돌릴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병원 입장에서도 사직서 수리가 안 돼 계속 현재와 같은 상황이 이어지는 것보다는 빨리 불확실성을 없애고 다음 상황에 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돌아올 사람은 돌아오고 나갈 사람은 나가게 해, 사태를 매듭짓겠단 의미로 읽힌다. 전공의들이 다른 병원으로 이동하거나 일반의로 병원에서 일할 가능성도 있다.

국가시험 일정을 예정대로 시행하겠다는 방침도 사태를 일단락하겠다는 의지 표명으로 볼 수 있다. 정부는 올해 의사 국가시험 실기시험 계획을 이날 공고하고, 9월2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의대생들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에 반발해 동맹휴학에 나서면서 충분한 교육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국가시험을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예년대로 시험을 진행한다고 못 박았다.

전 실장은 “의대생들이 조기에 복귀해 2월에 졸업하면 원래 스케줄대로 시험에 응시할 수가 있다”며 “국시는 예정대로 추진하고, 추가로 분기별 국시 시행은 실질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라면 검토할 텐데 현재 그런 상황까지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병왕 중대본 제1통제관(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이 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총파업은 의료계가 더 부담”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총파업까지 거론하며 반발 수위를 높이는 상황도 변수지만, 유효한 변화를 일으킬 가능성은 작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의협은 이번 주 내 투표로 총파업에 대한 회원 의견을 수렴한 뒤 9일쯤 전국 대표자 회의에서 총파업 여부와 시기·방식 등을 확정할 방침이다. 의협은 이를 위해 전날 전국 16개 시·도의사회 회장단 긴급회의를 소집해 총파업 등 대정부 투쟁 방안을 논의했다.

총파업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작은 것으로 점쳐진다. 의대 교수들의 하루 휴진에 쏟아진 환자와 국민의 비난, 교수들의 저조한 참여율로 총파업에 대한 공감대도 흐릿하다는 것이다. 앞서 2020년에 휴진에 참여한 개원의가 10%가 채 되지 않았다는 점에선 개원의 참여율이 높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전반적인 여론이 의료계에 부정적인 상황이고, 파업은 수익 감소로 직결된다는 점에서 “개원의 파업은 공멸”이라는 지적도 있다.
3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가 휴식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지난달 28∼29일 여론조사 기관 서던포스트에 의뢰해 유무선 임의전화걸기(RDD) 방식으로 국민 10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의사들의 집단행동을 존중하고 지지한다”는 응답은 12.0%에 그쳤다. 85.6%는 “의대 증원에 반대해 진료 거부, 집단 사직, 휴진 등 집단행동을 하는 전공의와 의대 교수들이 집단행동을 중단하고 환자 곁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답했다.

정부는 개원의들의 불법행위에는 필요한 조치를 한다는 입장이다. 전 실장은 “집단휴진에 대한 전 회원 투표를 하겠다고 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의 뜻을 밝힌다”며 “개원의들의 불법적 집단행동이 있으면 정부는 의료법 등에 따라 여러 필요한 조치를 해서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조희연·정진수·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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