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에 20억원 징벌적 손배… “위자료 산정 새 기준점 될 듯”

최 회장·노소영 이혼 항소심 판결
별거 후 지출·정신적 고통 등 반영
유책배우자 배상 상한선 영향 줄 듯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항소심은 재산분할뿐 아니라 위자료 액수에서도 역대 최대 규모라는 기록을 남겼다. 향후 유사한 이혼 소송에서 유책배우자가 지급해야 하는 위자료 산정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가사2부(재판장 김시철)는 최 회장과 노 관장 이혼 항소심에서 위자료 20억원을 산정하며 혼인관계의 파탄사유와 기간, 피고(노 관장)의 정신적 고통, 부부 공동재산의 유출 등을 고려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 전 부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뉴시스·연합뉴스

재판부는 최 회장이 적어도 2009년부터 외도를 했고, 이후 일방적으로 가출해 사실혼 관계를 유지한 점, 동거인 김희영씨와 티앤씨재단을 설립하는 등 김씨에게 최소 219억원을 지출한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이에 따라 노 관장이 받은 정신적 충격을 감안하면 “1심의 위자료 액수(1억원)는 너무 작아 증액하는 게 맞는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이혼 위자료는 상대 배우자의 잘못으로 이혼하는 경우 그로 인해 입게 되는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금이다. 위자료 액수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이혼에 이르게 된 경위와 정도 △혼인관계 파탄의 원인과 책임 △당사자의 재산상태 및 생활정도 △당사자 연령·직업 등을 고려해 정해지는데 통상 3000만원이 ‘기본값’으로 여겨져 왔다. 혼인 파탄의 책임이 큰 경우라도 500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최 회장과 노 관장 이혼 소송에서 인정된 위자료 액수는 추후 다른 소송에도 참고점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위자료 액수에는 별도의 기준이 없어 재판부의 재량이 크게 인정돼왔다”며 “최 회장의 부정행위나 재산에 비춰 20억원이라는 액수가 큰 무리는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두 사람처럼 ‘규모가 있는’ 이혼 소송에서는 상한선에 대한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라고 했다.

가사 전문 이승우 변호사(법무법인 정향)는 “유책배우자에게 사실상 징벌적 성격의 위자료를 매겼다는 점에서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의미가 있다”면서 “다만 일반적인 이혼 사건에서는 수천만원에 형성된 위자료가 이 사건 판결의 영향으로 갑자기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