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140억 배럴 땐 14년치 원유 수입량”… 경제성이 관건 [동해 석유·가스전 시추]

이진경 2024. 6. 3. 19:2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영일만 석유·가스 매장 규모·의미
성공률 20%·생산까지 최대 10년 걸려
시추공 1개 1000억… 투자금 예측불가
매장량과 실제 채굴 가능량 다를수도
韓 전체 원유 수입량 연간 10억배럴
개발 땐 에너지 자립·가격 안정 효과
3일 포항 앞바다에 최대 140억배럴 규모의 석유·가스가 매장되어 있을 수 있다는 발표에 한국이 향후 어떤 과정을 거쳐 실제 원유를 확보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석유 등의 매장이 사실로 확인되면 한국의 에너지 안보 확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현실화 가능성은 실제 시추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어서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북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서 최대 140억배럴의 석유·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정부 공식 발표가 3일 나오면서 향후 시추 일정에 관심이 쏠린다. 사진은 이번 석유·가스 매장 추정 지대 중 하나로 알려진 동해 대륙붕 6-1광구에서 2019년 탐사작업을 한 두성호의 모습. 연합뉴스
◆시추로 확인하면 2035년쯤 생산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포항 영일만 앞바다 석유 매장 가능성에 대한 심층 분석이 시작된 건 지난해 2월쯤이다. 정부는 당시 1960년대부터 축적해온 조사 자료들을 기술평가 전문기업에 의뢰했다. 미국의 액트지오(Act-Geo)사는 탐사자원량을 35억배럴에서 최대 140억배럴로 추정한 결과를 냈다. 탐사자원량이란 물리탐사 자료 해석을 통해 산출된 유망 구조의 추정 매장량으로 아직 시추를 통해 확인되지 않은 양이다. 이후 정부는 국내외 전문가에 별도 자문을 거쳤고, 이날 탐사 계획을 수립해 발표했다.

실제 석유·가스 확인까지는 시추 탐사를 진행해야 한다. 지하자원을 탐사하기 위해 땅속에 구멍을 파는 작업이다. 현재는 지질조사와 물리탐사 단계까지만 진행한 상태다.

정부는 연말 1차 탐사 시추에 착수해 3개월간의 작업을 거쳐 내년 상반기 결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1차 시추에서 개발가치가 없는 것으로 판단되더라도 최소 5차에 걸쳐 부존 가능성을 확인할 계획이다.

심해저에 1개의 시추 구멍을 뚫는 데는 약 1000억원이 소요된다. 심해에 깊은 구멍을 뚫는 시추는 전문 장비와 기술력이 필요해 미국·유럽 등 글로벌 전문기업에 맡겨질 전망이다.

석유가 발견돼도 끝이 아니다. 석유가 발견되면 평가정 시추를 통해 매장량을 파악한다. 실제 채굴 가능한 양도 시추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매장량과 채굴 가능량이 다를 수 있다.

이후 개발계획을 수립하고 해상 유전 시추 설비와 유지로 이어지는 배관, 육상 탱크 등 기반시설을 갖추면 석유·가스를 생산해 국내에서 활용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첫 탐사부터 생산까지는 약 7∼10년이 걸린다. 정부는 2035년 석유·가스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에너지 확보 기대…성공 확률은 20%

한국은 원유를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만약 동해에서 원유를 끌어올려 쓸 수 있다면 안정적인 에너지 확보를 기대할 수 있다. 생산량에 따라 수입 의존도가 높은 석유·가스의 에너지 자립은 물론 수출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한해 전체 원유 수입량이 약 10억배럴”이라며 “최대 140억배럴을 가정한다면 14년치 원유를 확보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원유 처리로는 세계 5위의 석유 강국인데 원유를 전량 외국에 수입을 의존하고 있다”며 “석유·가스전이 개발되면 도입 안정성이 개선돼 에너지 안보도 확연히 개선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에너지 가격 안정 효과도 나타날 수 있다. 수송비가 줄고 수익이 난다면 정부가 유류세 등 세금 줄일 여지가 커져 휘발유 가격도 낮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산유국으로 누릴 수 있는 유·무형적 이득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통상 중동 산유국들은 비산유국을 유전개발 사업에 참여시키지 않아 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첫 국정브리핑에서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서 막대한 양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물리탐사 결과가 나왔다"고 발표하고 있다. 뉴스1
그러나 이번 발표만으로 당장 국내에서 석유·가스를 생산할 수 있다고 단정하긴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시추해도 석유·가스가 발견되지 않을 수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도 브리핑에서 “성공 확률은 20%라고 한다. 5개 시추 구멍을 뚫으면 하나 나온다는 의미”라며 “동해 가스전의 경우 11번 뚫어 생산에 성공했다. 시추 전까지는 석유·가스가 있다거나 없다고 할 수 없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석유가 발견돼도 경제성을 따져봐야 한다. 개발·시설비 등을 투자하고, 시추하고 수송해 판매하면 이득이 날 것이라는 판단이 있어야 상업 가동을 결정할 수 있다. 동해 가스전의 경우 투자액은 약 1조2000억원이었고, 매출은 2조6000억원으로, 순이익 1조4000억원이었다. 개발 초기 기대에는 못 미쳤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생산·채굴비와 양이 관건”이라며 “석유 매장을 확인하고, 7∼10년 뒤 경제성이 있다고 결론이 나야 진정한 산유국으로서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