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140억 배럴 땐 14년치 원유 수입량”… 경제성이 관건 [동해 석유·가스전 시추]
성공률 20%·생산까지 최대 10년 걸려
시추공 1개 1000억… 투자금 예측불가
매장량과 실제 채굴 가능량 다를수도
韓 전체 원유 수입량 연간 10억배럴
개발 땐 에너지 자립·가격 안정 효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포항 영일만 앞바다 석유 매장 가능성에 대한 심층 분석이 시작된 건 지난해 2월쯤이다. 정부는 당시 1960년대부터 축적해온 조사 자료들을 기술평가 전문기업에 의뢰했다. 미국의 액트지오(Act-Geo)사는 탐사자원량을 35억배럴에서 최대 140억배럴로 추정한 결과를 냈다. 탐사자원량이란 물리탐사 자료 해석을 통해 산출된 유망 구조의 추정 매장량으로 아직 시추를 통해 확인되지 않은 양이다. 이후 정부는 국내외 전문가에 별도 자문을 거쳤고, 이날 탐사 계획을 수립해 발표했다.
실제 석유·가스 확인까지는 시추 탐사를 진행해야 한다. 지하자원을 탐사하기 위해 땅속에 구멍을 파는 작업이다. 현재는 지질조사와 물리탐사 단계까지만 진행한 상태다.
정부는 연말 1차 탐사 시추에 착수해 3개월간의 작업을 거쳐 내년 상반기 결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1차 시추에서 개발가치가 없는 것으로 판단되더라도 최소 5차에 걸쳐 부존 가능성을 확인할 계획이다.
심해저에 1개의 시추 구멍을 뚫는 데는 약 1000억원이 소요된다. 심해에 깊은 구멍을 뚫는 시추는 전문 장비와 기술력이 필요해 미국·유럽 등 글로벌 전문기업에 맡겨질 전망이다.
석유가 발견돼도 끝이 아니다. 석유가 발견되면 평가정 시추를 통해 매장량을 파악한다. 실제 채굴 가능한 양도 시추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매장량과 채굴 가능량이 다를 수 있다.
한국은 원유를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만약 동해에서 원유를 끌어올려 쓸 수 있다면 안정적인 에너지 확보를 기대할 수 있다. 생산량에 따라 수입 의존도가 높은 석유·가스의 에너지 자립은 물론 수출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한해 전체 원유 수입량이 약 10억배럴”이라며 “최대 140억배럴을 가정한다면 14년치 원유를 확보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원유 처리로는 세계 5위의 석유 강국인데 원유를 전량 외국에 수입을 의존하고 있다”며 “석유·가스전이 개발되면 도입 안정성이 개선돼 에너지 안보도 확연히 개선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석유가 발견돼도 경제성을 따져봐야 한다. 개발·시설비 등을 투자하고, 시추하고 수송해 판매하면 이득이 날 것이라는 판단이 있어야 상업 가동을 결정할 수 있다. 동해 가스전의 경우 투자액은 약 1조2000억원이었고, 매출은 2조6000억원으로, 순이익 1조4000억원이었다. 개발 초기 기대에는 못 미쳤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생산·채굴비와 양이 관건”이라며 “석유 매장을 확인하고, 7∼10년 뒤 경제성이 있다고 결론이 나야 진정한 산유국으로서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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