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동해 석유·가스전 시추, 설익은 발표 아니어야
윤석열 대통령이 3일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막대한 양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했다. 대국민 소통을 위한 첫 국정 브리핑에서 성과로 발표한 것이다. 매장량은 최대 140억배럴이라고 한다. 산유국의 꿈이 현실화한다면 더없이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아직 ‘가능성’을 거론하는 단계여서 성급한 발표는 아니었는지 묻게 된다. 더구나 총선 참패를 반성하며 시작한 국정 브리핑에서 심각한 안보·경제·정치 현안을 두고 자칫 ‘희망 고문’이 될 수 있는 발표를 선택한 점은 아쉽다.
정부는 세계 최고 수준의 관련 기업에 물리 탐사 심층 분석을 맡겨 원유 매장 가능성이 높다는 결과를 얻었고, 전문가 검증도 거쳤다고 한다. 대통령이 직접 발표한 만큼 그렇게 판단할 상당한 이유도 있었을 것이다. 세계적 탈탄소 흐름 속에 유전 가치가 예전 같지 않다 하더라도 에너지의 98%를 수입하는 나라에서 상당 부분을 자립하게 된다면 기쁜 일이다. 그 수익을 여러 국가적 과제에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발표가 설익은 ‘희망 부풀리기’는 아닌지 우려스럽다. 정부 발표를 보더라도 경제성은커녕 매장도 확인된 단계가 아니다. 확인을 위한 시추를 해야 한다. 해외 기업 분석 결과 개발 성공률이 20%로 상대적으로 높다곤 해도, 실패 확률이 4배나 더 크다. 이 결과만으로 윤 대통령이 직접 발표하며 기대를 부풀리는 게 맞았는지 의문스럽다. 정부 관계자들도 후속 브리핑에서 2000조원의 경제효과나 수출을 거론하며 ‘다 된 밥’처럼 홍보에만 마음이 가 있는 듯하다. 1976년 박정희 대통령도 이번처럼 영일만 앞바다에서의 유전 발견을 직접 발표했지만, 추후 허위로 판명났다. 10월 유신으로 궁지에 몰린 박정희 정부가 유전 개발에 매달린 것처럼 정치적 어려움에 처한 윤석열 정부가 혹여 성급한 판단을 한 것은 아닌가.
동해 유전 발표가 김칫국부터 마시는 일이 되어선 곤란하다. 시추 결과 원유·가스가 나오지 않거나,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판명된다면 국민적 실망감은 가늠하기 어렵다. 그간 국정 실패를 만회하려 시작한 국정 브리핑 첫 사례가 성급할 수 있는 유전 발표인 것도 유감스럽다. 윤 대통령이 발표만 하고 질문을 받지 않은 것도 진정한 소통 의도라고 볼 수 없다. 정부는 향후 시추·개발 과정에서 사려 깊고 투명하게 내용을 설명해야 한다. 혹여 국민들 이해를 구할 일이 생기면 솔직하게 공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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