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잇] 주인 잃은 집…전세사기 '2차 피해'

김보나 2024. 6. 3.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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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1년 전입니다.

작년 6월 1일, 전세사기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한 특별법이 시행됐습니다.

피해자들이 저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하거나, 주택 우선매수권 부여, 긴급 거처 지원 등의 내용입니다.

특별법 시행 1년이 지난 지금, 피해자들 상황은 어떨까요.

집 벽면에 곰팡이가 가득하고, 현관 앞에는 물웅덩이가 생겼습니다.

한 전세사기 피해자가 지금 살고 있는 집입니다.

집주인이 잠적하면서 건물을 관리할 사람도 사라졌고, 방치된 집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사를 갈 수도 없습니다.

전 재산에 가까운 보증금을 잃었기 때문이죠.

보증금을 마련하려 대출을 받은 터라 보증금도 잃고 대출금까지 다달이 갚아나가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습니다.

피해자들은 지난 1년간, 피해자 결정 통지서를 받은 것 외에는 크게 달라진 게 없다고 말합니다.

주인 없이 방치된 집에서 '2차 피해'를 견뎌야 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뉴스잇, 오늘은 전세사기 피해자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먼저 화면으로 함께 보시겠습니다.

지난달 26일 오후.

전세사기 피해자 허민우 씨를 만나기 위해 인천 계양구의 한 빌라를 찾았습니다.

2년 전 이 빌라에 들어온 민우 씨는 입주 넉 달 만에 집주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게 됐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제가 와 있는 이곳은 인천 계양구의 한 다세대주택 단지입니다.

저희와 연락이 닿은 전세사기 피해자는 이 주택 반지하에 거주하고 있는데요.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이면 집 내부 상황이 더 나빠진다고 합니다.

제가 직접 들어가서 확인해보겠습니다.

물 퍼내는 펌프인 것 같은데… 여기 물이 많이 고이면 이 펌프를 작동하는 것 같습니다. <허민우 / 전세사기 피해자> "이게 웬 물이지 싶었어요 처음에는. 저렇게까지 안 쌓였거든요. 그런데 점점 많아지고, 이제는 저 펌프를 하루에 두 번을 돌려요. 아침에 출근하기 전에, 퇴근하고 나서 한 번. 한겨울 발 시려가면서 3시간씩 삽으로 퍼냈는데, 그건 도저히 못 할 짓이라고 생각을 해서…."

구청과 시청에 연락해 도움을 요청했지만, 소유권을 가진 집주인이 해결해야 한다는 답만 돌아왔습니다.

<허민우 / 전세사기 피해자> "이걸 시청에 얘기해도 일단 소유주는 집주인으로 돼 있으니까. 보험을 해서 이걸 수리하고 싶어도 집주인이 수리를 신청해야 되고…."

비가 많이 오는 날이면 한 시간 동안이나 펌프를 틀어놓아도, 물은 금세 발목까지 차오릅니다.

현관 앞에 고이는 물을 빼기 위해 민우 씨는 아침저녁으로 10분씩, 이 펌프를 작동시킵니다.

펌프를 작동시키면, 이 호스를 통해 고여있던 물이 밖으로 배출됩니다.

펌프는 집 안, 싱크대 아래에도 설치돼있습니다.

배관 수위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펌프가 자동으로 작동하는데, 펌프 용량이 다 차버려서 작동을 멈추는 바람에 바닥에 물이 흥건하게 차올랐던 적도 있습니다.

<허민우 / 전세사기 피해자> "여기 밑에 물이 다 올라와서 첨벙첨벙할 정도였어요. (곰팡이는 처치가 안 되는 거네…) 처치를 할 수가 없는 것이죠. 해도 다시 생기니까…."

지난해 전세사기 피해자 결정 통지서를 받은 민우 씨는 정부가 제시한 대책 중 그 어느 방안의 도움도 받을 수 없었습니다.

피해 금액 중 최우선변제금만 무이자로 장기대출을 받는다면 향후 다른 대출을 받는 데에 제한이 생겼고, 애초에 이 집을 매수할 의향이 없었기 때문에 우선매수권을 양도받는 것도 선택지에서 제외됐습니다.

<허민우 / 전세사기 피해자> "계속 또 다른 굴레가 계속 만들어지는 것이고. 피해자들은 빚을 계속 갚아가는데 현실적으로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다른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무것도 없고…, 정책들은 많이 발표되고 뭐가 되고 뭐 해주고 이주도 되고 말은 많은데, 제가 느끼기에는 단 하나도 도움받는 건 없거든요."

결국 개인회생을 신청해 매달 변제금을 내고 있는 민우 씨는 얼마 전 뉴스에서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의 말을 접했습니다.

"젊은 분들이 경험이 없어 덜렁덜렁 계약했던 부분이 있지 않을까 싶다."

민우 씨는 장관에게 자신의 계약서를 보여주고 싶다고 말합니다.

<허민우 / 전세사기 피해자> "국토부 장관님께 제 서류를 한번 꼭 보여드리고 싶어요. 저는 이 서류를 지금 어느 변호사를 가져가든, 어떤 전문가에 가서 보여주든 문제가 없는 서류에요, 지금도. 그냥 집주인이 돈 안 주겠다고 하면 전세 사기인 거예요."

금전 피해에 이어서,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전세사기 2차 피해에 고통받는 민우 씨.

당장이라도 이사를 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충분한 보증금과 이사 자금을 모을 때까지 버티는 것뿐입니다.

이렇게 피해자들 호소가 이어지자, 정부도 개정안 마련에 속도를 내겠다고 했습니다.

얼마 전에는 야권에서 이른바 '선구제 후회수' 방안이 담긴 개정안을 추진했지만, 정부가 난색을 표해 무산됐죠.

대신 정부는 추가적인 구제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 LH가 피해자의 주택을 매입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차액은 피해자에게 돌려준다는 게 정부안의 핵심입니다.

피해 주택의 LH 감정가에서 실제 경매 낙찰가를 뺀 금액만큼 피해자 지원에 사용한다는 내용입니다.

또 그간 LH 매입 대상에서 제외됐던 근생빌라, 그러니까 일종의 불법 주택이죠.

이것도 LH가 매입할 수 있도록 요건을 완화했습니다.

정부는 피해자들의 주거 안정을 확실히 보장하는 방안이라고 했지만, 피해자들은 차액 지원에 더해서 '선구제 후회수'도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정부가 인정한 전세사기 피해자는 1만 7,000여명입니다.

전세사기 이후 생활고에 시달리거나, 세상을 떠난 피해자도 끊이지 않습니다.

더 이상의 비극이 없도록, 더 세심하고 실효성 있는 조치가 시급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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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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