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전공 선발 4배 늘리며 ‘대입 4년 예고’ 허문 정부 사과하라

2024. 6. 3.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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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발표한 대입 ‘무전공(전공자율 선택)’ 선발 확대로 교육계가 대혼란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수년간 입시 결과를 바탕으로 산출된 진학 정보는 한순간에 무용지물이 됐다. 진학하려는 학과가 갑자기 통폐합 대상에 거론되는 걸 보고 당혹해하는 수험생도 많다. 입시 불안이 커지면서 서울 강남구 대치동 등 학원가를 중심으로 사교육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대입제도는 안정성이 중요하지만 불가피하게 바꿔야 할 땐 적응·준비 기간을 충분히 둬야 한다. 그래야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불필요한 수고를 조금이라도 줄이고, 대입의 공정성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교육부는 수시모집 원서접수 3개월을 앞둔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무전공 선발을 작년보다 4배나 늘렸다. 교육부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2025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에 따르면 올해 수도권 대학 51곳과 국립대 22곳의 무전공 선발 인원은 3만7935명으로 전체 신입생의 28.6%(지난해 6.6%)에 이른다. 여기에 필수·지역의료 강화를 위한 의료개혁 일환으로 올 입시에서 의대 신입생 정원도 1540명 추가됐다.

현행 고등교육법은 중3 학생들이 새 학기를 시작하기 전에 해당 학생들에게 적용되는 대입 정책을 발표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교육부가 2014년에 도입한 이른바 ‘대입 4년 예고제’다. 이 원칙을 적용하면 교육부의 이번 무전공 선발 확대 정책 등은 2021년 2월 말 전에 발표됐어야 한다. 그런데 교육부는 교육부 장관이 인정하는 부득이한 사유가 있거나 구조개혁을 위한 학과 개편이 있는 경우 대입제도를 변경할 수 있다는 예외를 내세워 무전공 선발 확대 정책을 밀어붙였다. 토론도 여론 수렴도 없었다. 고등교육법 설계자인 교육부가 법 조항의 허점을 이용해 입시의 안정성을 스스로 허문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학수학능력시험 ‘킬러문항’ 배제 발언으로 온 나라와 교육계가 법석을 떤 게 1년 전 일이다. 대입제도 변경은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초·중·고교 교육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특히 대학·학과 정원 조정은 사회의 인적 자원 배분과도 직결되는 사안이다. 무전공 선발 확대로 인문학이나 기초학문 분야가 위축될 것이 명약관화하다. 이처럼 파장이 큰 정책을 발표하고도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제대로 된 설명이나 사과 한마디 없다. 국가의 백년대계가 참으로 우려스럽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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