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오물 풍선 갈등이 ‘9·19 군사합의’ 다 허물 일인가
정부가 3일 “남북 간 상호 신뢰가 회복될 때까지” 2018년 9·19 남북 군사합의의 효력을 전부 정지하기로 했다. 지난달 28일부터 이어진 북한의 대남 오물 풍선 살포에 대한 대응이다. 대통령실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실무조정회의에서 “유명무실화된 9·19 군사합의가 우리 군의 대비 태세에 많은 문제점을 초래하고 있다”며 초강수를 빼들었다. 이 안건은 4일 국무회의에 상정된다. 앞서 북한은 지난 2일 밤 남측도 “휴지장들을 주워담는 노릇이 얼마나 기분이 더럽고 많은 공력이 소비되는지 충분한 체험”을 했을 것이라며 남측이 먼저 하지 않는 한 풍선 살포를 중단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의 9·19 군사합의 전체 효력 정지는 대북 확성기 선전방송 재개 검토에 이어 내놓은 조치이다. 보수 일각으로부터 북한 풍선이 군사분계선을 넘어오는 걸 막지 못했다고 비판받자 내놓은 것이다. 북한의 이번 행동이 치졸하면서도 섬뜩한 도발이었음에 틀림없다. 하지만 남측이 9·19 군사합의 전체 효력정지로 대응하는 게 적절한지는 동의하기 어렵다. 9·19 군사합의가 지난해 남측의 ‘일부 효력 정지’ 후 북한의 ‘폐기 선언’으로 유명무실해졌다고는 하지만, 남북의 충돌을 제어하던 그 족쇄를 완전히 벗어던지는 것은 다른 얘기다.
북한 오물 풍선이 아무런 제지 없이 남쪽으로 넘어온 것은 9·19 군사합의로 남측 군의 대응이 제약받았기 때문이 아니다. 군은 풍선이 넘어오지 못하도록 격추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럴 경우 북한 지역에 사격을 가하는 교전 행위가 될 수 있고, 정체불명 내용물이 공중에서 터져 넓은 지역에 확산될 수 있기에 낙하 후 수거가 가장 안전하다고 판단한 것 아닌가.
풍선이 넘어온 직접적인 이유는 남측에서 먼저 대북전단 풍선을 올려보냈기 때문이다. 북한인권운동 단체가 지난달 10일 대북전단 30만여장을 올려보낸 것이 대표적 사례다. 북한 당국도 남측이 했듯이 주민들에게 대북전단 풍선 접근을 차단한 채 군경이 일일이 수거해오고 있다.
정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걱정한다면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자제시켜야 한다. 당장 이 단체는 오는 6일 또다시 전단 20만여장을 북쪽으로 날려보낼 계획이라고 한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9월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한 남북관계발전법이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단이 내려진 뒤 단체들의 대북전단 살포를 수수방관하고 있다. 북한 인권 운동가들의 ‘표현의 자유’를 존중해야 하지만, 그것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결과로 이어질 게 분명하다면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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