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가 휩쓸고 간 빌라 경매 시장 [인포로 본 세상]

최아름 기자 2024. 6. 3.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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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포그래픽으로 본 세상
전세사기 후 늘어난 빌라 경매
하지만 낙찰률은 악화일로 중
HUG가 대항력 포기한 주택 위주
문제는 떨어지는 보증보험 회수율
2024년 5월 경매에 나온 서울 빌라는 역대 두번째로 많았다.[사진=연합뉴스]

시장에서 팔리지 않는 주택이 가는 종착지는 경매다. 잘 팔리는 주택이었다면 애초에 시장에서 팔려서 벌써 현금화가 되고, 채권의 빚을 갚는 용도로 쓰였을 거다. 경매정보 플랫폼 지지옥션에 따르면, 2024년 5월 경매로 넘겨진 서울 빌라(주거용 연립ㆍ다세대ㆍ오피스텔)는 1494건이다. 4월에는 1475건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서울 빌라가 가장 많이 경매로 넘어갔던 시기는 2006년 1월로 이때 경매 시장에 나온 빌라는 1600건에 달했다. 2024년 5월은 두번째로 서울 빌라가 경매에 많이 나온 때가 됐다(표➊).

경매시장에 나오는 빌라는 늘었지만 주인을 찾는 건 더 어려워졌다. 2021년 30%에 육박하기도 했던 서울 빌라 낙찰률은 2024년 4월 15.0%, 5월에는 20.0%를 기록했다. 지지옥션은 5월 낙찰률이 소폭 상승한 원인을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찾았다. 보증금의 일부라도 회수하기 위해 '인수조건변경'으로 경매시장에 물건을 내놓기 때문이다.

인수조건변경이란 원래 '보증금을 받기 전까지 나가지 않아도 되는 권리'인 대항력을 포기하는 대신 보증금 일부만이라도 받을 수 있는 우선변제권만을 행사하는 거다. 인수조건변경이 이뤄지면 보증금을 다 받지 못했더라도 HUG는 등기부등본에서 '임차권등기'를 말소할 수 있다.

좀 더 구체적인 통계를 살펴보자. 지지옥션에 따르면, 전세사기피해 주택 중 경매 시장에 나와 있는 사건은 5월 29일 기준 2198건이다. 그중 HUG가 인수조건변경을 내건 사건은 1597건(72.6%)이다(표➋). 전체 낙찰률은 20.0%인데 인수조건변경 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은 17.0%다. 낙찰 주택의 대부분이 인수조건변경 주택이었다는 방증이다.

다만, 이런 상황이 HUG에는 부담을 줄 수 있다. HUG의 전세보증반환보험은 임차인에게 임대인 대신 보증금을 먼저 돌려주고 나중에 주택 매각 등으로 그 금액을 회수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2019년에는 회수 비율이 58.0%에 달했지만 2023년(7월 누적치)엔 15%대까지 떨어졌다. 보증금 대신 집을 받아도 대신 내준 만큼의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다는 거다.

2024년 4월 전세보증반환보험의 사고(임대인이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한 경우) 규모는 1조1613억원에 달했다(표➌). 경매 시장에 유입되는 빌라는 앞으로도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전세보증반환보험의 운영에도 부담이 더 실릴 듯하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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