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리 맨발투혼 대회, 27년 만에 韓 톱10 '0'

서재원 2024. 6. 3.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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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US여자오픈은 한때 한국 선수의 우승 텃밭으로 불렸다.

10위권 진입을 넘어 2005년 김주연, 2008년과 2013년 박인비, 2009년 지은희, 2011년 유소연, 2012년 최나연, 2015년 전인지, 2017년 박성현, 2019년 이정은, 2020년 김아림 등 한국 선수가 유독 자주 우승한 대회가 바로 US여자오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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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오픈 최악의 성적표
일본에 뺏긴 '한국 텃밭'
1998년 박세리 이후 11번 우승
이번 대회 20명 출전에도 부진
일본, 1·2위 석권…톱10에 5명
韓, LPGA 13개 대회째 무관
세대교체 실패로 경기력 약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시즌 두 번째 메이저 대회인 US여자오픈에서 한국 선수는 단 한 명도 톱10에 들지 못했다. 왼쪽부터 임진희, 박현경, 김민별. AFP연합뉴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US여자오픈은 한때 한국 선수의 우승 텃밭으로 불렸다. 1998년 박세리(47)가 ‘맨발 투혼’을 하며 승리한 것을 시작으로 한국 선수가 11번이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하지만 올해는 우승하기는커녕 단 한 명도 톱10에 들지 못하며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3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랭커스터의 랭커스터CC(파70)에서 끝난 시즌 두 번째 메이저 대회인 제79회 US여자오픈에서 최종 합계 4오버파 284타를 적어낸 김효주(29)와 임진희(26)가 공동 12위에 올라 한국 선수 가운데 가장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이번 대회 10위권 가운데 동포 선수로는 앤드리아 리(미국)가 공동 3위, 이민지(호주)가 공동 9위를 차지했으나 한국 국적 선수는 10위 안에 한 명도 들지 못했다. US여자오픈에서 한국 선수가 톱10에 들지 못한 건 1997년 이후 27년 만이다.

 ‘우승 텃밭’ 빼앗긴 韓 여자골프

US여자오픈은 한국과 인연이 깊은 대회다. 1998년 대회에서 박세리가 최초로 우승을 차지한 이후 한국 선수들은 해마다 이 대회에서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10위권 진입을 넘어 2005년 김주연, 2008년과 2013년 박인비, 2009년 지은희, 2011년 유소연, 2012년 최나연, 2015년 전인지, 2017년 박성현, 2019년 이정은, 2020년 김아림 등 한국 선수가 유독 자주 우승한 대회가 바로 US여자오픈이었다. 박성현이 우승한 2017년에는 10위 안에 한국 선수가 무려 8명 포진하기도 했다.

이번 대회에는 한국 선수가 20명이나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려 시즌 첫 승을 향한 기대감을 부풀렸다. 출전 선수 156명의 국적만 놓고 보면 미국(51명)과 일본(21명)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간판 스타 박현경(24)과 김수지(28), 김민별(20)도 도전장을 내밀어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 톱10에 진입한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3라운드까지 공동 6위에 오른 임진희가 톱10 입상을 넘어 역전 우승할 것이라는 기대를 키웠지만 이날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2개, 보기 5개로 3오버파 73타를 쳐 10위권 밖으로 미끄러졌다.

 끝없는 한국 군단의 부진

LPGA투어에서 한국 선수의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올해는 개막 후 13개 대회에서 한국 선수의 우승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이는 2014년 개막 14번째 대회에서 박인비가 첫 승을 따낸 이후 10년 만의 일이다.

한국 선수의 메이저 대회 우승도 2022년 6월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의 전인지 이후 나오지 않고 있다. 한국 군단은 2021년과 2023년에 메이저 대회에서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확실한 에이스 부재가 부진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골프 여제’ 박인비가 지난해 출산 이후 투어 활동을 중단했고, 전 세계랭킹 1위 고진영은 최근 손목 부상 등으로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KLPGA투어 선수의 미국 진출이 뜸해지면서 세대교체에 실패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세계 여자골프를 지배한 한국 군단은 올해 최대 위기를 맞았다. 골프계에서는 우승 가뭄에 시달린 2011년 3승을 올린 이후 13년 만에 최악의 성적을 낼지 모른다는 위기가 커지고 있다.

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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